![]() |
중국 춘추시대 요 임금이 망나니였던 아들의 수양을 위해 만들었다는 설이 있는데, 전설 속 인물이기에 확실한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오다 노부나가와 도쿠가와 이에야스 같은 거물들이 바둑을 좋아해 바둑행사를 제도화 시켰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 바둑은 삼국시대부터 기원한다는 기록이 있는데, 삼국사기에 ‘백제 개로왕이 바둑을 좋아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 무렵 신라시대 고분인 경주 황남대총에서 바둑알이 담긴 통이 출토되기도 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그후
조남철, 서봉수의 이름을 어렴풋이 기억한다. 현대 한국바둑의 토대를 닦은 국수로 1945년 일본 유학파 조남철이 ‘한성기원’을 설립했고 김인, 윤기현, 조훈현, 서봉수 등이 계보를 이었다.
1971년 서봉수 2단이 조남철 8단을 꺾고 명인전을 우승하는 대이변이 벌어진 이후 조훈현, 정창현, 김희중 등 신진 기사들이 등장하며 한국바둑계는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된다.
조훈현 9단은 1988년 최초 세계기전인 응씨배 1회 대회에서 막강 중국에 대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바둑의 판도를 바꾼다. 같은 해 유창혁 3단이 조훈현을 꺾고 대왕전 타이틀을 차지하며 세대교체의 서막을 연다. 조훈현의 내제자였던 이창호는 KBS바둑왕전에서 우승하며 최연소 타이틀 획득기록을 경신한다.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4인방의 시대에서 최종 승자는 이창호였다.
이창호는 2000년 목진석에 패해 KBS바둑왕전 타이틀을 내준다. 이후 이세돌, 최철한 등 새로운 천재기사들이 등장한다. 2010년대 이후에는 박정환, 이세돌, 김지석, 신민준, 신진서 등이 두각을 나타낸다.
2016년 3월 바둑세계에 한 획을 그은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다. 구글이 내놓은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은 ‘AI와 인류의 대결’로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승자는 알파고였다. 알파고는 4승 1패로 이세돌을 이겼다. 이세돌은 알파고에 3판을 내리 졌지만 네번째 대국에서는 이겼다.
오랫동안 인공지능이 정복하지 못했던 게임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면서 우리 사회는 거대한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인공지능이 인류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예고한 사건이었다. 인간은 이제 인공지능과 경쟁해야 할 시대에 살게 됐다. 아니, AI를 정복할 것인가, 공존할 것인가 고민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가 대두됐다. 분명한 것은 이제 AI가 안쓰이는 분야가 없고 AI가 일상을 혁신하고 있으며, 인간의 도구였던 AI가 이제는 인간을 초월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AI는 바둑의 위기를 가져왔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고 몇 수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지혜가 바둑에는 있다. 다행인 점은 바둑인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화재배, LG배, 농심신라면배 등 국제대회 말고도 이세돌의 고향 신안에서 매년 11월 열리고 있는 지방의 의미있는 대회가 바로 전남매일이 주최하는 ‘신안천일염 바둑대회’다. 지난 16~17일 열린 제11회 전국 대학생 바둑대회에 이어 오는 30일에도 신안군민체육관에서 제10회 전국 학생 바둑대회를 개최한다. 전국 대학생 바둑대회에는 대학생 104명이 참가했고, 전국 학생 바둑대회에는 전국 초중고 재학생 300여명이 참가해 23개 부문에서 대회를 치른다.
#인재양성·저변확대 위한 행보
이 시점에 10년이 넘게 전남매일이 바둑대회를 이어오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바둑은 여전히 학부모들이 두뇌 발달 차원에서 아이들에게 권장하는 취미 중 하나다. 바둑판 안에는 우주가 담겨 있다. 상대방과의 감정 공유, 자기와 대화, 정서적 안정과 배려, 성취감, 교양과 예의 등이 함께 있다. 인재 양성과 저변 확대를 위해 꾸준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전남매일 바둑대회가 미래를 위해 그래서 큰 의미를 가진다. 최선의 선택과 결정. 우리의 인생과 닮은 것이 바둑이다. 인류가 고안한 가장 재미있는 게임에서 빛나는 ‘신의 한 수’를 함께 즐겨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