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좀 합시다"
데스크칼럼

"이제 그만 좀 합시다"

환자 외면 휴진 정당성 없어
정부도 책임 돌파구 찾아야

얼마 전 자주 들락거리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하나의 글이 올라왔다. 자유로운 주제의 글을 올리며 이야기하는 커뮤니티로 아무래도 최근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의정갈등 관련 글이 많아지고 있었는데 그중 유독 눈에 띄었고 현 상황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내용이었다.

글쓴이는 가까운 후배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경위를 들어보니 말도 안 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 후배는 희귀한 지병이 있어 소위 빅5 병원 중 한 곳에서 추적관리를 받고 있었는데 갑자기 쓰러졌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존 진료받던 병원에서 파업으로 인해 진료 거부를 당하고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와중에 딜레이가 생겨 이송된 병원에서는 이미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고 결국 일어나지 못했다고 했다.

글쓴이는 20대 후반의 꽃다운 청년이 파업으로 인한 진료 거부로 목숨을 잃었다는 게 믿기지도 않고 화가 너무너무 난다며 전공의 사태로 인한 파업은 이제 정말 선을 넘은 것 같다면서 한탄했다.

이 커뮤니티의 사례와 같은 일이 전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지금 나 자신이 갑자기 아프게 될 경우 이런 일을 안 당한다는 보장이 없다. 사람에게 있어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보면 자신의 몸이 아픈 것, 그리고 아픈 가족을 돌보는 일이 아닐까 싶다. 사실 내 몸이 아프면 다른 어느 것도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곳인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없다면, 치료를 받을 수 없다면, 얼마나 절박한 처지가 될까. 의료공백 사태가 벌써 몇 달째인데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18일에는 빅5 병원을 포함해 의료계가 집단휴진에 돌입했다. 빅5 병원이 거의 동시에 휴진하는 건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나마 다행히도 참여율이 높은 비중은 아니었지만 1차 의료기관인 동네병원부터 3차 의료기관인 대학병원까지 참여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돌아갔다.

환자단체들이 집단휴진 계획에 대해 ‘절망’이라고 표현하는 등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집단휴진과 무기한 휴진 결의를 철회할 것을 요청했지만 결국 휴진은 시행됐다. 그나마 이미 예약이 되어있거나 일정이 잡힌 경우는 큰 차질이 없는 듯 보이지만 새롭게 진료 일정을 잡거나 수술 등의 조치를 받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계속되는 의료공백 사태에 환자들의 불편과 불만만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의료공백 사태의 피해자는 환자와 국민이다. 그리고 책임은 정부와 의료계 모두에게 있다. 의료계는 요구가 아무리 정당하다 할지라도 환자를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앞서 예를 든 사례만 보더라도 환자를 외면한 이번 사태로 인해 누군가는 허망하게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집단휴진에 앞서 광주시민단체협의회도 성명서를 내고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집단 진료 거부 행위를 강행한다면 의사들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크게 손상될 것이다”면서 “국민의 85.6%가 반대하는 집단휴진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환자 곁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우리 사회에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모두 체감하고 있다”면서 “의사 인력 부족으로 시술과 수술 동의서를 의사 대신 간호사가 받거나, 심지어는 대리 시술과 처치, 대리 수술까지 이어지는 불법적 상황이 숱하게 벌어지는 상황 속 의사 증원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대한의사협회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집단휴진을 강행, 광주·전남지역도 18일 261개 병·의원이 휴진을 신고하고 전남대·조선대병원 교수 30%가 휴진을 했다.

정부도 책임이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끝 모를 대치 전선에서 맞붙고 있는데 조금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국민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다. 어떤 방식이든 돌파구를 찾기 위한 노력을 조금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 의료계는 집단행동을 철회하고 정부도 의료 개혁의 현실과 미래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제시하길 바란다.

이번 의정갈등에 대해 누군가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두 계층이 맞붙어서 지켜보는게 꿀잼(?)이라고. 처음에는 웃어넘겼지만 이제는 웃을 수가 없다. 너무 큰 피해를 국민이 입고 있어서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타협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거듭된 휴진에 피로감을 느끼는 환자들의 말이 정곡을 찌른다. “이제 그만 좀 합시다.”
/최진화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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