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관규 시장, 의대로 몸집 키울 심사인가
데스크칼럼

노관규 시장, 의대로 몸집 키울 심사인가

‘TPO’ 모두 틀린 반대 행보
도민 염원, 정치 지렛대 오산

정근산 부국장 겸 정치부장.
막무가내다. 독불장군식이다.

전남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국립 의과대학 신설을 둔 노관규 순천시장의 행보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다. 혹평을 넘어 악평 일색이다. 왜일까.

시간을 되돌려 보자. 노 시장은 지난해 순천 도심 관통으로 논란이 됐던 경전선 우회 노선을 두고 전남도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TPO’ 모두 틀린 반대 행보



당시에도 검사 출신 노 시장이 전남도를 패싱한 채 사법시험(34회) 동기인 원희룡 국토부장관을 통한 압박과 과한 언사 등 논란이 적지 않았다. 그래도 그땐 이해할 만 했다. 순천시장으로서 순천시민들의 안위와 직결된 현안에 적극 대응한다는 면에서 긍정적 해석도 눈에 띄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이번엔 다르다. 왜일까. 시간과 장소, 상황 등 소위 ‘TPO’(Time, Place, Occasion) 가 모두 틀린 탓이다.

노 시장이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에 대해 ‘적극적 목소리’를 낸 건 4월 초다. 정확히는 4월 2일 김영록 전남지사가 담화문을 통해 정부가 공식화(3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민생토론회, 3월 20일 한덕수 총리 의료개혁 대국민 담화)한 전남 의대 신설과 관련, 의대가 들어설 대학을 선정하기 위한 공모를 외부기관 주도로 진행해 1개 대학을 최종 선정키로 한 직후다.

노 시장은 △전남 의대 신설을 공언한 윤 대통령 임기 내 신속한 진행이 필요하다는 다급함 △대통령 발언 후 불거질 소지역주의에 대한 경계 △국내 교육시스템상 대학 간 통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 △정부 당국자와의 협의 △5월 대입전형 발표 등 통합의대에서 공모를 통한 단일의대 유치로 선회한 배경에 대해 수차례 이해와 양해를 구했음에도 반대 일변도다.

국가서열 1, 2위의 입을 통해 물밑에만 머물던 전남 국립의대 신설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어렵사리 형성됐고, 이를 기반으로 여전히 소극적인 교육부와 복지부 등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고춧가루만 뿌리는 모양새다.

노 시장이 전남지사, 순천시장·순천대 총장, 목포시장·목포대 총장이 참여하는 이해당사자간 ‘5인 회동’ 등 공론의 장을 거들떠도 보지 않는 것 역시 연장선이다. 5인 회동 참여의 조건 중 하나로 요구했던, ‘2021년 전남 국립 의과대학 및 부속병원 설립·운영 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했더니 ‘특정지역에 유리한 지표를 사용한 의혹이 있다’며 그것 보란 식이다. 그러면서 ‘전남 동부권 7개 시군 주민 10명 중 7명 이상이 전남도의 공모를 불신한다’는 조롱섞인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다. 기가 찰 일이다.

그가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곳 역시 궤를 같이한다. 노 시장의 목소리가 울리는 건 순천시청이 유일하다. 같이 하는 이들의 범위를 넓혀도 22대 총선 동부권 당선인, 순천 출신 도의원, 순천시의원 등 순천시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선출직 공직자가 전부다. 우물안 개구리다.

경전선 노선 문제 해결을 위해 사시 동기인 국토부장관을 앞세워 위세를 과시하더니, 이번엔 사시 선배이자 행정부 수반의 공언도 ‘신뢰할 수 없다’며 비토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와중에 페이스북을 통해선 의대 신설 절차를 밟고 있는 전남도청 공직자들을 수차례 힐난했다. 그것도 건설적 비판이 아닌 그들이 느끼기엔 ‘배설’ 수준의 글로써 말이다.

공정한 용역을 통하면 인구수 등 동부권 의대 설립이 더 설득력을 담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에서 어렵사리 얻어낸 국립의대 신설의 판을 깨려는, 지역민들이 좀체 납득하기 어려운 노 시장의 이 같은 행보는 왜일까.



도민 염원, 정치 지렛대 오산



단언컨대 ‘몸집 키우기’다. 차기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대립각을 세워 존재감을 키우는 ‘정치적 벌크업’이 그것이다.

다시 단언컨대 그렇다면 번지수가 틀렸다. 국립의대는 34년 도민의 염원이다. 이를 자신의 정치적 야망의 지렛대로, 꽃놀이패로, 그것도 판을 깨서 삼으려 했다면 오산이다.

행여 노 시장이 대립각을 세우려 하는 누군가가 김영록 지사라면 더 큰 오산이다. 재선 국회의원에 농림식품부 장관, 재선 도백을 지나고 있는 김 지사가 ‘급이 다른’ 일개 자치단체장의 ‘도발’을 “끝까지 인내하며 경청하겠다”는 이유를 곱씹어 봐야 한다. 그것이 도민의 숙원인 국립의대를, 아파도 병원조차 가기 힘든 도민들을 대하는 자세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전남도민들은 우둔하지 않다. 순천시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노 시장이 잊지 말아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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