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 팬들의 응원 마무리캠프
데스크칼럼

타이거즈 팬들의 응원 마무리캠프

최진화 사회부장

2009년과 2017년 취재기자로 KIA 타이거즈의 우승을 지켜봤다. 우승은 물론 기쁘고 감동적이었지만 당시에는 취재가 우선이었기에 남다른 여운은 남지 않았던 것 같다. 2024년 타이거즈의 12번째 우승을 관중석에서, 팬으로서 보게 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울림을 느꼈다.

한국시리즈를 현장에서 보고픈 마음이 컸지만 티켓은 정말 구하기 힘들었다. 와일드카드결정전부터 티케팅 연습을 위해 뛰어들었는데 그래도 다행히 티케팅에 성공, 수원으로 준플레이오프 구경도 갔다. 역시 포스트시즌은 분위기가 달랐다. 광주에서의 한국시리즈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kt와 LG의 경기였는데 KIA 유니폼을 입은 관중도 많아서 확실히 야구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티케팅은 장렬히 실패했다. 근무 일정상 볼 수 있는 경기는 대구 원정 뿐이었는데 ‘이선좌’는 커녕, 대기만 하다가 끝나버렸다. 다행히 비로 인해 일정이 하루 밀리면서 스케줄이 꼬인 지인이 티켓을 양도해주면서 대구에서의 4차전을 볼 수 있었다.

체육부 시절에는 거의 모든 홈경기를 봤는데 다른 부서에 몸 담으면서는 경기를 제대로 보기 쉽지 않았다. 직관도 많이 못했다. 하지만 취재기자가 아닌 팬으로 야구를 보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야구장의 대표 먹거리 탐방도 하고, 맥주도 마시고, 지인들과 떠들면서 야구를 보는 재미에 꽤 오랜기간 이 맛을 잊고 지냈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일로 보는 야구보다는 팬으로서 보는 야구가 재밌었다.

7년만에 보는 한국시리즈는 말할 것도 없었다. 평소에는 응원석에서 다소 거리가 있는 좌석에 앉아 조용히 야구를 보곤 했는데 한국시리즈 4차전은 응원석 가까이에 앉게 되면서 그 유명한 KIA 팬들의 응원전 한가운데 뛰어들었다.

“승리하라 최강 기아, 열광하라 타이거즈, 우리들의 함성을 모아서 외쳐라 워어워”로 이어지는 KIA의 응원전은 외치면 외칠수록 장엄하고 감격적이었다. 1루와 외야에 모여앉은 KIA 팬들의 머플러 홀짝 응원전도 장관이었다. 삼성팬들에 따르면 라이온즈 파크 개장 이래 이렇게 많은 원정응원단이 온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약속이나 한듯, 1루와 외야에 모인 팬들. KIA 팬이라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4차전이 끝나고도 KIA 팬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응원단장의 지휘아래 거의 한시간여 더 응원전을 펼친뒤 5차전을 기약하며 집으로 향했다. 심지어 홈팀인 삼성 응원단보다 KIA 응원단이 더 오래 응원전을 펼쳐서 기싸움도 느껴졌다.

KIA가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세리머니는 타이거즈 페스타에서 직관할 수 있었다.

타이거즈 페스타는 매년 시즌이 끝나고 열리는 호랑이 한마당의 확대 버전이었다. 1,000명이 모였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5,000명을 초대해 진행됐다.

행사 2시간여전부터 김대중컨벤션센터 홀은 KIA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인산인해였다. 팬들은 호랑이 풍선, 우승트로피, 우승기념유니폼 등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며 선수들과 만나는 시간을 기다렸다.

행사는 무려 4시간을 꽉꽉 채웠다. KIA는 우승을 위해 응원을 아끼지 않은 팬들을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 초대가수들은 마치 콘서트처럼 노래를 몇곡씩 부르며 행사장을 달궜고, 선수는 물론 팬들도 즐거워했다.

팬들이 가장 열광한 프로그램은 선수들의 무대였다. 팬들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준비한 무대였음이 느껴졌다. 정규시즌 MVP 김도영은 뉴진스의 하니로 변신해‘푸른산호초’를 열창했다. 변우혁과 박정우의 ‘미녀와 외야수’, 이준영과 전상현의 ‘아파트’ 무대에 팬들의 환호는 커졌다.

5,000명의 팬들은 응원단장의 구호에 맞춰 머플러 홀짝응원전도 다시한번 펼쳤다.

이 행사는 한 시즌 KIA를 응원한 팬들의 응원 마무리캠프였다. 팬들은 우승하니 너무 좋다며 행복해했다. 야구장에서는 같은 팀, 같은 선수를 응원하는 것 만으로 친구가 된다. 대구에서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도 처음 본 팬들과 수다를 떨고, 간식을 나누고, 어깨동무를 하고서 한목소리로 응원했다.

KIA 선수들은 “올 시즌 우리 팬분들 덕에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팬들도 행복했다. 일상에서 힘들었던 일도, 힘들 일도 야구장에서 떨쳐낼 수 있었다. 팬들은 행복하게 2024시즌을 마무리했다. 야구 없는 겨울은 금방 지나갈 것이다. 새로운 시즌, 새로운 야구문화를 맞이할 봄을 기다리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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