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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세에 세례를 받으셨는데 하루에 성경 세 장(6page)씩을 읽으신다. 당뇨도 없으시고 유일하게 혈압약만 한 알 드신다. 자손들만 모여 축하를 해드렸는데 잔치 후엔 마흔한 명의 자손들에게 일일이 ‘고맙다.ooo’라고 친히 봉투를 쓰셔서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며 금일봉을 주셨다.
일흔이 넘은 우리 부부와 열한 살 증손녀까지 다 이름을 부르며 주셨다. 참으로 감동이었다. 100세까지 건강하게 사신 것은 우리가 감사할 일이고 복인데 오히려 자식들 덕이라고 생각하신 그 마음이 또 얼마나 감사한가. 나는 남매에 다섯 손녀를 둬서 11장의 봉투를 받았다.
축하와 감사 예배에서 나는 시편 23편으로 감사에 대한 말씀을 전했다. 장인어른은 몇 년 전 설 명절에 우리가 모두 모였을 때 고맙다고 하셨는데 첫째는 6남매가 다 결혼해 준 것이 고맙고, 둘째는 그 6남매가 다 자식을 낳아줘서 고맙고, 셋째는 6남매 중 아무도 부부간에 이혼하거나 생을 달리한 자가 없고, 넷째는 6남매 모두 누구 하나 특별히 아픈 곳 없이 건강한 것이라고 하셨다. 나는 그때의 그 말씀에다 100세까지 건강하셔서 이 연세에도 자식들의 짐이 되지 않으시니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어디 있느냐며 감사를 했다.
상수(上壽)란 하늘이 내려준 나이를 뜻한단다. 우리가 천수(天壽)를 누렸다는 말은 자주 하지만 100세 시대라 해도 이렇게 상수를 누린 분은 많지 않다. 사실 나는 조실부모하여 부모의 정을 모르고 자랐다. 그런데 장모님도 상당한 수(壽)를 누리셨고 장인어른이 이리 백세 상수를 누리시니 기쁜 마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다. 살고 죽는 게 모두 하늘의 뜻인데 이렇게 하늘이 내려준 나이까지 사시면서도 이리 건강하시니 하늘뿐 아니라 세상 모두에게 감사하고싶다. 오늘은 가족끼리 자손들끼리 잔치를 했지만 내일 주일은 장인어른이 다니시는 교회의 모든 분들과 이 기쁨과 감사를 나누려한다. 그리고 모레는 장인어른의 게이트볼 동호회 회원들과 노인회 회원들께 맛있는 점심을 대접하려고 한다. 이 모든 일이 자식 된 입장에서 더없이 기쁜 일이 되고 있으니 내 부모님께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던 내겐 무엇보다 큰 축복이다.
우린 축하 잔치 후 집으로 가서 친히 이름을 쓰신 금일봉 봉투를 받고 ‘사람이 주인(人主)’이라는 이름의 유명한 카페로 가서 또 즐거운 시간들을 가졌다. 그리고 저녁은 바쁜 사람은 가고 조금 여유가 있는 사람은 남아 삽교천에 가서 회를 떠다 또 작은 잔치를 벌였다. 이런 오늘의 이 일은 31명 우리 아이들에게도 훌륭한 산 교육이요 유익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다.
장인어른은 6·25 참전용사로 포로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오셨고 시대적 수많은 역사의 질곡을 넘어오면서 온전히 한 세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신 산 역사이시다. 그렇게 장인어른은 가장 평범하게 세상을 살아오신 것 같지만 한 나라의 국민 된 도리를 완벽하게 다해오신 참어른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남은 삶이 얼마나 더 되실진 모르겠지만 하나님이 특별보너스로 주시는 삶이실 것 같다. 거기다 자랑스럽고 흡족하고 멋진 또 하나의 삶인 것은 장인어른은 지금의 이 지번(地番)에서 태어나 단 한 번도 다른 주소를 갖지 않으시고 진정한 신토불이로 살아 오셨다는 것이다. 이런 분이 요즘 같은 변화의 시대에 과연 세상에 또 계실까.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그런 장인어른의 하늘이 내려준 나이 100세 삶과 상수연을 온 맘으로 축하드린다. 그러고 보면 앞으로의 모든 삶은 하늘이 내려준 나이까지도 다 사셨으니 하루하루가 다 아름다운 선물인 덤의 삶이 되실 것 같다. 내일도 모레도 일어나시면 한결같이 동네를 한 바퀴 도신 후 아침을 드시곤 성경 세 장을 읽으시고, 점심을 드신 후엔 어김없이 자전거를 타고 게이트볼장으로 가셔서 두 게임을 하고 돌아오실 것이다. 그런 장인 어른의 삶이야말로 진정 평범한 기적이 아닐까싶다. 과연 나도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 평범한 고귀함으로 상수를 맞으신 아버님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