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성장과 도약의 과정을 거친다.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광주선수단은 지난 서울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체전에서 새로운 역사를 다시 썼다. 원정 사상 최고 성적(10위)·최고 점수(3만3,117점)·최고 메달(180개)을 획득한 것이다. 역대 최고 성적으로 도약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스포츠과학의 컨버전스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본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할 수 있었던 원인은 집단 간의 적절한 경쟁을 통한 동기부여도 있었지만, 공동체를 통한 협력과 단결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공동체 안에서는 다른 능력을 갖춘 각각의 집단이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 함께 협력하는 집단 사이에서 각자가 일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함께 모인다고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시너지 효과와 상반되는 링겔만 효과도 있다. '내가 아니어도 다른 누군가가 하겠지' 하는 무사 안일함과 조직 구성원끼리의 조화가 잘되지 않는 데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링겔만 효과의 대표적인 원인은 집단 속에서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에서 나온다. 반대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주체의식을 가지고 각자 맡은 자기 존재의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 공동체의 협력과 단결을 통한 시너지 효과는 외부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 응집력을 갖게 해 준다.

광주선수단은 제100회 전국체전에서 시너지 효과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은 더 활기차고 잘될 수밖에 없고, 과거의 경험에 기대어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공동체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공동체의 건강성은 외부에서 위협이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협력과 단결을 통한 컨버전스가 중요한 이유다.

인식의 확장이 필요하다. 언제나 그렇듯 답은 현장에 있다. 선수들과 지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여 소통과 공감을 통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광주는 2002년 월드컵 4강·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및 2019년 FINA세계수영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세계적인 스포츠 도시다. 국제적 스포츠 대회의 특별함은 그 자체에 있지 않고, 어떻게 경험하고 해석하는가에 달려 있다. 메가 스포츠의 성공경험에 의미를 부여하고 미래를 준비하면 특별한 역사가 되고, 무심코 지나치면 아무 일도 아닌 과거가 된다. 마음가짐에 따라 특별한 역사가 될 수도 있고, 의미 없는 이벤트로 끝날 수도 있는 것이다.

역사는 최초를 기억한다. 2018년 광주스포츠과학센터는 전국 지역스포츠과학센터 중 최초로 '엘리트 선수 스포츠상해 및 재활 현황 설문조사(총 400부, 359부 분석)'를 통한 스포츠과학 컨디셔닝센터의 사전 준비작업을 했다. 설문 분석 결과, 선수생활 중 부상 횟수는 응답자의 87%가 부상을 당했으며, 주요 스포츠 손상부위는 인대·근육·뼈의 순서로 나타났다. 또한 82.7%가 부상 예방 및 부상 후 경기력 향상을 위한 전문적인 훈련지원 시설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와 같은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2019년에는 예산 등의 문제로 현장의 니즈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하지만 광주시체육회는 전문체육 분야 혁신 과제였던 '스포츠과학 컨디셔닝 지원 사업'을 자체적으로 추진하여, 3월부터 9월까지 총 1100명에 컨디셔닝 지원을 완료했다.

스포츠과학과 컨디셔닝의 컨버전스를 실천한 것이다. 이런 성과는 제100회 전국체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스포츠과학센터의 빅 데이터를 활용한 스포츠과학과 컨디셔닝 지원, 전문체육팀의 전력분석 및 지도자와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시너지 효과를 넘어선 컨버전스를 이뤄냈다. 역사에는 '그렇게 중요한 일일까 싶은 일들이 정말로 중요한 일로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내년에는 전국 최초 '스포츠과학 컨디셔닝 센터'가 설립되어 '스포츠 도시, 광주다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