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은 시리아 내전에서 총 대신 책을 들었던 젊은 저항자들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프랑스 작가 델핀 마누이가 2015년 10월 15일부터 2016년 11월까지 시리아 내전의 격전지로 정부군에 의해 봉쇄된 다라야에 남아있던 청년들과 인터넷을 통해 나눈 대화를 실화 그대로 기록해서 출간한 것으로 삶에서 책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되묻게 한다.

시리아 내전은 아랍의 봄 영향으로 2011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10대 학생들의 낙서에서 비롯되었다. 시리아 정부는 어린 학생들을 체포해 고문하고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발포하는 등 과잉 대응으로 일관했고, 이에 알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내전으로 발전했다.

수니파-시아파 간 종파 갈등, 이슬람 극단주의 IS의 건립과 주변 아랍국 및 서방 등 국제사회의 개입, 미국과 러시아의 국제 대리전 등으로 비화되며 수년째 계속됐다. 결국은 생화학무기까지 사용한 정부군에 의해 자유시리아군이 진압됨으로써 내전이 종결국면에 이르고 있다.

책은 내전이 한참 최고조로 치닫고 있을 때를 배경으로 한다. 정부군에 의해 포위된 채 외부와 단절된 고립된 혁명군의 도시 다라야에는 연일 쉴 세 없는 포격이 쏟아진다. 다라야를 떠나지 않고 남아있던 평범한 20대 청년들은 포격으로 삶이 무너지는 속에서 지치고 절망하지만 우연히 접한 책을 통해 정신적으로 고양되는 생생한 경험을 한다.

사람의 목숨이 종잇장 한 장만큼이나 바스러지기 쉬운 전쟁터에서 그들은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검열된 시각이 아닌 언어와 역사, 성찰로 가득한 새로운 세상을 책을 통해 접하면서 희망을 경작한 것이다.

폐허 속의 건물 잔해에서 책을 찾아내고 그것을 모아 무너진 건물 지하에 도서관이라는 종이로 된 요새를 만들고 책을 읽는다. 그들은 폭력 투쟁에 대한 선동, 급진적인 사상의 요란한 수사를 내려놓고 '이슬람, 민주주의, 발전'이 이루어지는 이상을 토론하며 부조리에 침몰하지 않고 그들 자신을 지탱해 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다른 도서관이 떠올랐다. 베를린의 베벨광장에 있는 '침몰한 도서관'. 1933년 5월 10일 나치군대가 히틀러의 명령에 의해 수천 권의 서적을 반체체 작품이라며 압수해서 베벨광장에 쌓아놓고 불태운 만행을 기억하기 위한 설치 작품이다. 이스라엘의 미하 울만이라는 조각가가 1995년 만들었다. 광장의 포석 아래를 파서 가공의 도서관을 만들고 유리관으로 덮은 다음 내부는 일부러 비워두었다. 내려갈 수도, 들어갈 수도 없이 텅 빈 책장들만 놓인 50제곱미터의 지하공간을 자세히 살펴보려면 몸을 숙여야만 한다.

베를린에서처럼 다라야도 언젠가 그들의 베벨광장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책은 내전의 폐허에서는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수단이 되고 희망을 빼앗긴 이들에게는 새로운 좌표를 찾아가는 길잡이가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책은 세상으로 향하는 진실의 문을 열어주는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