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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히트텍과 빨간내복
지소미아 연장과 일본의 조롱
굴욕감 떨치려면 힘 키워야
박원우 편집국장

2019. 12.01. 18:24:48

바람 끝이 쌀쌀해진 게 겨울이 왔음을 실감한다. 어린 시절 부모님은 고구마 몇 자루와 창고에 연탄을 가득 쌓아놓는 것으로 겨울 채비를 하셨다. 찬바람이 불어오면 빨간 내복을 꺼내 자식들에게 입혔다. 당시에는 겨울을 준비하는 게 거의 비슷했다. 그래서 장년층에겐 빨간 내복에 관한 추억이 한두 가지쯤은 있다. 춥고 배고픈 게 일상이던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고구마 몇 자루와 빨간 내복만으로 우린 그렇게 차디찬 겨울을 이겨내곤 했다.

지난달에는 일본 의류회사의 내복이 국내에서 이슈가 됐다. 한일 무역갈등 초기 도발적인 인터뷰와 광고로 한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유니클로라는 회사가 한국손님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대규모 공짜 행사를 벌인 것이다. 이 회사는 히트텍이라는 겨울 내복을 공짜로 뿌리면서 등 돌린 한국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매체들은 유니클로의 파격적인 마케팅에 주목하면서 한국인들의 반응을 전했다. 매체에 따라 '공짜 내복 공세에도 한국민들 냉담'이라는 내용의 기사와 '일부 매장 품절 사태 반일운동 벌써 끝나나' 등 상반된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과 일본인들의 반응도 소개됐다. 특정 매장에서 히트텍이 동이 났다는 한국 보도에 일본 누리꾼은 "한국인들 자존심도 없냐"고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고, 또 다른 일본 네티즌은 "이게 바로 한국인의 정서다", "불매운동 벌써 끝났나요"라고 조롱을 했다.

한국민들 사이에도 "일본 유니클로가 한국민들을 그렇게 조롱했는데 공짜 내복을 받겠다고 줄을 선다고 하니 한심하다"는 반응이 올라오는가 하면 어떤 이는 "물건을 사고 안사고는 소비자의 권리"라는 반대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찬반 의견이 엇갈리면서 지난달 일본 유니클로의 '공짜 내복' 마케팅은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일부가 일본 유니클로사의 공짜 내복을 받으면서 소비자의 권리 운운하는 등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NO JAPAN'을 생활화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사실 일본 유니클로사의 광고 내용은 한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고령의 할머니와 10대로 보이는 소녀가 등장한 광고에서 10대 소녀가 할머니에게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으셨어요?"하고 묻자 할머니가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응답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이런 광고 멘트는 한국 사법부가 일제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해 판결한 것을 비꼬는 것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유니클로 간부가 "한국의 'NO JAPAN'운동이 얼마 못 갈 것"이라고 말했다가 한국인들의 공분을 샀다.

특정 기업이 한 국가와 국민들 상대로 이렇게까지 모멸감을 주는 행동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애국심이 'NO JAPAN'으로 나타나듯 일본에서는 저런 형태로 표출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소미아 연장 조치 과정에서 나타난 일본 정부의 태도를 보면 이들이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지 드러난다.

미국의 압박에 못 이겨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직전 '조건부 연장'을 발표하자 일본 정부는 "우리가 양보한 건 하나도 없다" "퍼펙트한 승리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WTO에 제소한 것까지 철회했지만 일본 측은 한국이 알아서 모든 것을 연장하고 제소를 철회했다는 식으로 보도한 것이다. 이후 청와대가 일본의 잘못된 발표에 항의해 사과를 받았다고 지난달 24일 밝히자 일본측이 몇 시간 만에 사과한 적이 없다고 다시 반박하고 나서면서 이 논란은 진실게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지소미아를 연장해주고 보복성 무역규제에 대한 WTO 제소까지 풀어주면서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말을 들어야 하는지 참 황당하다. 이 모든 원인은 주한미군 방위비를 현재보다 5배나 올려달라고 압박하는 미국의 힘에 눌려 지소미아를 연장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동맹국으로 생각지 않는 일본과 지소미아를 유지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어쩔 수 없이 이를 연장해야 하는 상황을 저들이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참으로 굴욕적이다. 빨간 내복과 고구마 몇 자루만으로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이겨냈던 그 시절의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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