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TV에서 만 4살 된 유치원생이 서울에 아파트 두 채를 취득했고, 10대 고등학생이 부모에게 8억 원을 증여받아 9억 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는 등 12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출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기실, 새삼스런 얘기는 아니지만 문득 “불황의 그늘은 달동네부터 드리우고, 경기침체의 삭풍은 서민들 옷깃부터 파고든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는 경제력이 빈약한 서민들의 가녀린 몸체는 미풍에도 쉽게 흔들릴 정도로 경제변화에 가장 민감하다는 현실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추운 겨울을 보낼 집 없는 서민층의 걱정이 앞선다. 국내 주택시장은 아파트 값 폭등으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이 갈수록 더 멀어지고 있는 데서다.



얼마 전 한 국회의원이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 통계청의 자료를 토대로 지난 2015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소득 분위별 PIR(연소득 대비 주택 구매가격 배수)을 산출한 결과, 전국적으로 내 집 마련에 21.1년이 걸려 최근 2년 새 4.7년이 더 늘어났다는 자료를 내놨다. 서울은 무려 15.6년이나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 서민 가구의 내 집 마련 기간은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전국적으로 4.7년 늘었다. PIR이 21.1이라는 것은 1년 소득을 모두 저축한다고 해도 21.1년은 모아야 자기 집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지난 2016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좀처럼 꺾일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조차 작금의 아파트 가격을 정확히 진단·예측하지 못하는 형국이라고 하니 심각하기 짝이 없다.



특히 광주지역의 경우 순유입인구는 줄어드는데도 신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전국 평균을 훨씬 상회하여 서민들의 꿈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KB부동산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광주는 911명의 인구가 감소한 가운데 신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각각 55%를 나타내 전국 평균 26%의 두 배를 기록했다. 광주의 경우 지난해 ‘기형적인’ 아파트가격 폭등에 이어 올해는 ‘고분양가 논란’까지 일 정도로 신규 아파트를 중심으로 분양가 상승 또한 심각하다. 심지어는 3.3㎡당 2천만 원을 훌쩍 넘는 단지까지 등장했다. 20년 만에 최고 분양가는 5배 이상 껑충 뛰었고, 평균 분양가도 6년 만에 2배로 올랐다.

여기에,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정책의 영향을 받는 서울의 거대 자금이 광주지역 주택시장으로 밀려오는 투기현상까지 가세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매입자거주지별 자료를 보면 올해 10월 기준 서울의 거주자가 광주에 주택을 매입한 거래량이 전월(58건)대비 무려 1천86% 폭증한 688건이나 됐다. 이는 2006년 한국감정원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월별 최대 거래량이다. 또한 아파트 값 상승 원인이 수도권의 갭 투자자들 때문이라는 말들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관광버스를 대절해 광주를 찾은 서울의 투기자본이 저평가된 아파트를 마구잡이로 매입하는 ‘부동산 금융화’는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더 요원하게 만들고 있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광주시는 12월 23일까지 과열 재개발·재건축조합의 실태 점검에 나섰다. 오죽하면 시가 국토교통부, 자치구, 한국감정원, 변호사·회계사로 구성된 합동점검반을 투입해서 점검에 나섰겠으며, 불법사항 적발 시 엄중한 조치를 한다고 벼르겠는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며, 인간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주거복지가 일상적으로 도외시되는 국내 사회현실의 일면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국내 주택정책이 주택건설 확대와 주택보급률 증대, 경기활성화 수단 등에만 초점이 맞춰져 왔지 저소득층의 주거복지 향상은 정책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광주만 보더라도 지난해 말 기준 기초생활수급자 수가 총 7만2천757명(4만4천212가구)으로 광주시 전체 인구(145만9천336명) 대비 약 5%에 달한다. 이 가운데 주택소유자 역시 약 5% 수준에 불과하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 빈곤과 양극화의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는 올 들어만 수차례에 걸쳐 안정대책을 내놓았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고 싸늘한 반응이다. 임대주택 정책은 아예 실종된 느낌마저 든다. 임대아파트야말로 내 집이 없어 이사철만 되면 전전긍긍하는 서민들의 고충을 덜어주는 최고의 수단이자 탈출구 역할을 해왔는데도 말이다.



서구 선진국의 경우 20세기 초반부터 최저주거기준을 제도화해 운용하고 있으며 이를 주거복지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부와 광주시 등도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진정한 주택정책이 무엇인지 제고 하여 주거복지정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아울러 국민들은 주택이 자본이득의 요소가 되는 ‘주거 자본주의 시대(residential capitalism)’에 절대 편승해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