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지역
문화
스포츠
기획
특집
오피니언
사람들
열린세상
전매광장
데스크칼럼
사설
에세이

마음속 짐 훌훌 털어 내는 설 명절 되길

2020. 01.21. 19:09:03

어릴 적 명절은 마냥 좋았다. 지금처럼 비용을 생각하거나 일정을 조율할 일도 없어 사실 별로 거릴 게 없었다. 더군다나 연휴기간 동안엔 학교에 며칠씩 등교하지 않아도 되고, 평소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사촌 형들이나 동생들과 오랜만에 어울려 놀며 얘기도 나눌 수 있어 즐거웠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계시는 시골집을 가려면 당시 1시간 가량 버스를 타야 했고, 내려서도 짐짓 40여분을 걸어야 했다. 그래도 새 옷을 입고 먹을 게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 매일 설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당시 신작로를 달리던 버스는 자갈길에 퉁퉁 튀고 커브 길에서는 쏠림과 흔들림이 심했다. 요즘처럼 거의 모든 도로가 포장됐던 것과는 달리 거의 비포장도로가 대부분인 시절이라 울퉁불퉁한 도로에 버스가 기우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또 차창 밖으로 논길이 버스를 중심으로 원을 만들며 빙빙 돌아 어지럼증을 느끼기도 했다. 이로 인해 처음엔 차멀미가 나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토하기를 몇 차례 하다 정신을 차려 시골집으로 걸어갔던 기억도 난다. 그래도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계시는 곳을 간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어쩔 땐 부모님과 함께 가기도 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공무원이었던 아버지와 가게를 운영하던 어머니가 아이들을 먼저 보낸 연후 그 날 저녁이나 다음날 아침에 오는 경우가 많았던 탓이다. 그래서 우리 형제들은 버스를 탄 후에는 내릴 곳을 염두에 두고 어디까지 왔나 밖을 항상 주시해야 했다.

- 총선 관련 밥상머리 논쟁은 금물

10여년 전 서울에서 추석을 쇠러 고향에 오려면 10시간 이상 걸렸다. 그나마 요즘엔 도로시설이 좋아지고 차량기술도 발전한 데다 인터넷 보급으로 실시간 교통상황 점검이 가능하고, 도착시간까지 고려해 출발할 수도 있다니 얼마나 편리해졌는지 모른다. 특히 모바일을 통해 대중교통 이용정보와 실시간 도로 지·정체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트위터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교통소통 정보를 제공한다니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올해 설도 이제 불과 사흘 남았다. 올해는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이기도 하다. 올해 설 밥상머리에서는 정치적 성향에 따른 논쟁보다는 가족이나 친지, 친구 간에 올바른 선택을 위한 조언과 서민 삶의 질 제고를 위한 논의의 장이 됐으면 한다.

아무튼 고향은 남들이 아무리 막말을 뱉어내도 자기 자신에겐 소중한 곳이다. 타지에서도 왠지 신경이 쓰이고 마음 한 켠에서는 항상 그리움이 용솟음치기도 하며, 누가 뭐래도 거부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이는 내 자신에게 있어 마음의 터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 올해 설엔 고향의 정 듬뿍 받길

또 설은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이나 동네 어르신들에게 안부를 묻고 내 자신의 근황을 설명함은 물론 새로운 인생을 찾는 돌파구 역할까지 담당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자리이자, 자신의 입지를 근간으로 가족이나 친척들에게 정치적 소신이나 돌아가는 경제상황 등을 아무런 여과없이 투영할 수 있는 자리다. 이와 함께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에게는 마음의 위안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찾고,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 나감은 물론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고향은 도시에서 살며 찌들고 병들었던 마음을 치유하는 곳이다. 누구나 외지에서 살다 고향에 발길을 내딛는 순간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끼는 것은 이런 점 때문이리라. 올해 설 귀향객들이 고향의 정과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아 모두가 마음속의 힘겹고 무거운 짐을 훌훌 털어 내고, 새로운 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강성수 국장 겸 정치부장

정치

사람들

경제

사회

기사 목록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