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황룡강 장록습지가 정작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습지를 가꾸고 보호해야 할 지자체가 뚜렷한 보전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룡강 습지에는 멸종위기 야생식물과 천연기념물 등 829종의 생물자원이 서식하고 있어 보존가치가 높다. 도심 속에서는 볼 수 없는 천연 자원들이 공존하고 있어 보호의 필요성이 강력히 대두됐다.

광주시도 이에 공감해 지난 2017년 10월 환경부에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요청했고, 그 필요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최근 취재차 찾은 장록습지는 청청지역 하천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였다.

습지 입구부터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각종 플라스틱 컵과 음식쓰레기, 건설자재 등이 가득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하천 생태계 오염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낚시의 흔적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낚시 떡밥은 수질을 오염시킬 수 있어 하천법상 하천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습지 곳곳에서 흔적들이 발견됐다. 장록습지는 이렇듯 주민과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 조용히 병들어가고 있었다.

그나마 광산구가 인력을 투입해 환경 정화활동을 펼치고는 있지만, 한시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제대로 된 관리는 어려운 실정이다. 땜질식, 임시방편 정비를 제외하고 제도화된 보전대책이 없는 것이다.

지난 한해 동안 광주시민들은 황룡강 장록습지를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놓고 뜨거운 찬반 논쟁을 벌였다. 보존과 개발을 둔 끝없는 설전이 오갔고, 공론화 여론조사를 통해 장록습지를 국가보호습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을 차지했다. 황룡강 장록습지는 광주의 자산을 넘어 국가적 자산으로도 손색없다. 말 뿐인 찬반 논쟁과 설전으로는 병들어가고 있는 장록습지를 지킬 수 없다. 국가보호습지 지정을 추진하기 앞서 이를 보전할 제대로 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