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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의 진화와 인간의 대응
'코로나 19' 역습에 공포 확산
허점 드러난 공중보건 시스템
박원우 편집국장

2020. 02.16. 16:59:44

전 세계는 지금 '코로나 19' 바이러스 공포에 떨고 있다. 변종 바이러스가 발생한 중국은 국가의 기능이 일부 마비되고 일부 국가에서는 중국인을 혐오하는 인종차별까지 빚어지고 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엄청난 공포를 몰고 왔다.

실제로 지난 1995년에 만들어진 영화 '아웃브레이크'는 현재 상황과 많이 비슷하다. 더스틴 호프만과 르네 루소, 모건프리먼이 출연한 이 영화는 인류를 위협하는 에볼라바이러스를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는 1967년 아프리카 자이르 모타바 계곡 용병캠프에서 의문의 출혈열이 발생하자 미군은 대원들을 구조하지 않고 폭탄을 투하해 몰살시킨다. 그 후 30년이 지나고 아프리카 자이르에서 또다시 의문의 출혈열이 발생한다. 최초로 감염됐던 원숭이는 인간의 탐욕 때문에 결국 세계를 큰 위험에 빠뜨린다. 공기로는 감염이 되지 않지만 접촉만으로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치사율이 85%에 달해 그야말로 인류는 멸망이라는 위기와 마주한다. 다행히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영화는 해피엔딩이었지만 바이러스는 늘 진화하며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인간을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사라졌다던 페스트는 인도에서, 콜레라는 페루에서 다시 등장했고 2002년 맹위를 떨친 사스(SARS-COV)는 8,000여명이 감염돼 774명이 사망했다. 영화에 나왔던 에볼라바이러스도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해 1만명의 사망자를 냈다.

일반 감기와 달리 바이러스로 전파되는 독감 역시 진화하고 있다. 1918년에 유행한 스페인 독감(H1N1)은 전 세계에서 최소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가 20세기 최악의 전염병으로 손꼽힌다. 우리나라에서도 '무오년 독감'으로 불리며 14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 이후 90여년의 세월이 흐른 2009년에 'H1N1'은 신종플루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해 34개국에서 3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렇다면 스페인독감과 신종플루는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스페인독감은 신종플루의 조상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마다 바이러스를 냉동 보관했다가 다음 유행시기에 이를 분석하는데, 헤마글루티닌 (콩과 식물에 천연적으로 존재하는 독성 물질로 인플루엔자가 포유동물의 세포에 부착하는 데 관여)의 당 사슬이 서로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래 인간의 세포는 헤마글루티닌을 인식하면 그것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어 바이러스의 침입에 대비하는데 바이러스 역시 항체에 대항하기 위해 당 사슬의 모양을 계속 바꾸면서 유전자 변이를 거듭하여 생존해 왔던 것이다. 신종플루뿐 아니라 '사스'와 '메르스' 그리고 이번에 기승을 부리고 있는 '코로나 19' 역시 기존 인류가 가지고 있는 항체에 대항해 진화한 바이러스의 역습인 셈이다.

인류가 발명하는 치료약은 바이러스의 진화 속도보다 한걸음 늦을 수밖에 없다. 치료약이 바이러스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인류가 바이러스의 역습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공중의료시스템을 잘 갖춰야 한다. 아쉬운 대목이지만 중국이 우한에서 환자가 발생한 초기에 적절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이런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후에도 많은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지로 빠져나간 중국인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확산을 억제하는데 한계를 노출했다. 국내에서도 우한 지역에서 입국한 중국인이 연락 두절된 채 전국을 돌아다니다 결국 확진 상태로 발견돼 공분을 사기도 했다.

광주에서는 환자가 스스로 '코로나 19'감염이 의심된다고 보건당국에 알렸는데도 중국에 다녀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사조차 받지 못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감염병 관리에 최전선이라고 볼 수 있는 일선 지자체 보건소는 관리인력이 한자리 숫자에 불과하는 등 비상상황에 대처할 여건이 안 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어디 그뿐인가 감염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KF 94' 마스크는 생산공장과 유통업체뿐 아니라 중국 보따리 상인들까지 사재기에 가세하면서 돈 주고도 사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빚어졌다. 정부가 뒤늦게 업체를 단속하고 중국 보따리 상을 규제했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정부와 지자체는 서둘러 재정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바이러스의 진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지만 치료약과 항체가 만들어지기까지 버틸 수 있는 공중보건시스템은 구축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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