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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공부하는 이유
김승호 세한대학교 초빙교수

2020. 02.26. 17:37:50

코로나19의 혼란 중에도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교육자들에게 가장 반가운 손님은 제자일 것이다. 14년 전 광주 인근의 화순고에서 교장으로 근무할 때 만났던 제자가 주례를 부탁하기 위해 연구실로 찾아온 것이다. 레지던트 3년 차인 제자는 자신의 성장에 나의 도움이 컸었다고 한다. 그렇게 말한 제자에게 내가 오히려 고마운 마음을 가질 정도로 실은 큰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고 여겨진다. 그에게 단지 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그리고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해서 간단하게 안내해 주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최소한 1주간 등교하지 못하고 가정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평상시 의식하지 못했던 학교와 선생님, 그리고 공부의 필요성을 실감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제자의 방문과 코로나19로 인한 전국적인 개학 연기를 기회로 학교에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목적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학생의 직업은 그대로 '학생'이고, 해야 할 일은 '공부'이다. 그래서 학생이면서 공부라는 직업에 충실하지 않으면, 어른으로서 직장에서 맡은 업무를 충실히 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면, 왜 공부를 하는가. 공부를 하는 이유에 대한 사람들의 답변은 다양하다. 대부분 부정적인 입장에서 공부를 하는 이유를 찾는다. 학교를 생각하면 심한 경쟁, 시험 스트레스 등이 먼저 떠오른다면 이러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여길 수 있다.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 "공부를 못하면 무시당하니까",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나중에 잘 살기 위해서"등이다.

반면, 공부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도 있다.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으니까", "내 꿈을 이루는데 필요하니까", "자기 자신과 세상을 제대로 알아갈 수 있으니까", "다른 사람과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으니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자체가 즐거우니까"등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학생들은 공부하기가 좀 어렵더라도 그것을 통해 얻어질 수 있는 좋은 결과들을 생각하며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공부 목적과 관련하여 주례를 부탁한 제자의 사례를 소개한다. 읍단위 중학교 출신이었지만 특출하게 우수한 학생이었기에 그 학생의 성적과 학교생활을 관찰했었고, 몇 가지 문제점을 발견하였다. 학습 면에서는 선행학습을 했기에 1학년 당시에는 잘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면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공부나 가정 배경 면에서 다른 학생들보다 우월한 편이어서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무시하기도 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경쟁의식이나 공부방법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인한 공부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어서 한번 슬럼프에 빠지게 되면 헤어나기 쉽지 않게 보였다.

이 학생과 면담을 통해 학습 면에서는 사전(국어, 영어)을 활용하여 암기보다는 개념 이해에 중점을 두면서 공부하도록 했다. 개념을 제대로 모르는 학습내용에 대해서는 사전을 통해 확인하는 습관을 갖도록 했고, 수학은 눈으로 대강 풀이하거나 논리적 비약을 하여 쉬운 문제를 실수하지 않도록 했다.

다른 학생들을 무시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학생조회 시간의 학교장 훈화를 통해 지도하고자 했다.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였기에 자신에 대한 지적이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게 한 것이다. 훈화 내용은 공부하는 목적이 남보다는 높은 지위를 얻어 인정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 공부란 남을 돕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점, 그래서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훈화의 효과만은 아니겠지만 얼마 후 그 학생은 다른 학생들과 잘 어울릴 수 있었고, 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여하여 자신이 원하던 명문대 의대에 합격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에서 성공하고 싶어 하듯 공부를 직업으로 가진 모든 학생들도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하는 것이 본능이다. 자녀와 제자가 공부 본능 바탕 위에 공부를 하는 목적이 남을 도와주기 위한 것임을 새로 깨닫게 되면 공부란 어떤 오락보다도 더 즐거운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개학 연기로 자녀와 대화시간을 충분히 확보한 부모님들께서 자녀들과 공부의 목적에 대해 논의해 보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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