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두 달째로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의 시계도 장시간 멈췄다. 사상 초유의 전국단위 학교 휴업령과 3주 개학 연기에, 미사와 집단예배 자제 등 주요 일상들이 한동안 시간표에서 제외되고 있다. 각급 법원도 지난 6일까지였던 휴정기를 추가로 연장했다. 광주지방법원은 13일까지 휴정을 일선 재판부에 권고했다. 다만 휴정기더라도 '긴급성이 있거나', '재판 기일을 미루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사건'은 재판부가 일정을 조율할 것을 덧붙였다.

하지만 휴정기를 마치고 본격적인 재판 일정 조율을 해야 할 광주지법의 시곗바늘은 좀처럼 움직일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전두환 재판'의 경우가 더욱 그렇다.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의 형사재판은 검찰 기소 후 재판장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지난달 18일 새 재판장이 배정됐으나, 기록 검토 등으로 일정이 미뤄진 데 이어 그 사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쳤다.

물리적인 외부 상황 때문에 '전두환 재판'이 미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두환 재판 일정 논의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법상 이야기할 수 없다'는 광주지법의 입장은 듣기 거북하다. 또 재판 일정 조율과 관련해 "재판부 고유 권한이다"며 "향후 일정에 대한 문의조차 적절치 않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코로나 19로 가려져 있었지만, 국민적인 관심도가 높은 '전두환 재판'에 대해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논의 자체도 금기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반면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사법농단, 조국 일가 재판 일정 등을 서둘러 잡았다. 지난 11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3명의 공판기일을 진행됐다.

분명 대조적인 장면이다. 재판은 휴정 기간이라도 독립 원칙에 따라 해당 재판부만이 기일 변경 등 휴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코로나 19사태로 사회적 감염병 예방운동인 '거리두기'와 '잠시 멈춤'은 신종 바이러스의 변이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이다.

광주지법도 전두환 재판의 변이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인가? 5·18민주화 운동 40년이 흐르는 시간 동안 역사적 단죄의 진공상태는 너무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