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쪼개기에 대한 순천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도둑맞은 주권’을 찾자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고, 시민단체들은 헌법소원까지 청구했다.

애초 순천은 올해 2월 기준 인구가 28만1,347명으로 선거구 상한선인 27만명을 넘어 선거구가 2개로 나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야 3당 원대대표가 선거구획정안 재의를 요구해 개정된 선거구에서 인구 5만5,000명인 해룡면이 광양·곡성·구례 선거구에 편입됐다. 순천 주민들이 광양·곡성·구례에서 출마한 후보를 선출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순천 시민들은 “순천 시민의 주권이 도둑맞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회·지리·역사·경제·행정적 연관성 및 생활권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불법적인 선거구 획정이며, 주민의 정치참여 기회를 박탈하는 터무니없는 위헌이라는 게 시민들의 주장이다. 해룡면 주민들은 국기게양대 검은 천 걸기 운동 등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해룡면 사회단체협의회와 순천 YMCA, 순천행의정모니터연대 등 77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순천시민 주권회복을 위한 순천시민대책위원회’는 나아가 헌법소원까지 청구했다.

대책위는 법무법인 지평의 임형태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헌법소원 청구 승리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여 헌재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선거구 쪼개기에 대한 반발은 더불어민주당이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을 전략공천하면서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당내 경선을 준비했던 서갑원 예비후보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에 대한 서운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노관규 예비후보는 탈당해 무소속으로 맞설 채비를 하는 등 선거구도마저 요동치고 있다.

순천의 쪼개기는 농어촌지역 선거구를 갈갈이 찢는 대신 도시지역이 희생하자는 고육책에 가깝다. 헌재의 판단과 별개로 다음 총선에서 선거구가 다시 재편될 가능성도 크다. 그럼에도 타 지역의 국회의원을 뽑아야 하는 시민들의 상실감은 백번 이해하고도 남는다. 4월 총선에서 ‘시민의 힘으로 무너진 주권을 되찾아 오겠다’는 순천시민들의 선택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20여일 남은 광주·전남 선거판의 또다른 관전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