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간 학교급식용 채소를 납품해 왔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입니다."

나주시 남평읍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박신식씨(70)의 하소연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학교급식용으로 친환경농산물을 납품하고 있는 농가들이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개학 연기로 납품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서 이로 인한 손실을 생산농가에서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이전의 메르스와 사스 사태에 견줄 수 없을 만큼 경제 전반에 심대한 타격을 주면서 미증유 위기로 불리고 있다. 농업계는 외식산업이 위축되고 사상 초유의 4월 개학으로 농가들이 판로 확보의 어려움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자식처럼 키운 농산물을 갈아엎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농민들의 마음이 타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본격적인 영농철이 다가오면서 일손 구하기에 비상이 걸렸다. 이달부터 외국인 계절 근로자가 입국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 확산 우려로 포기하거나 연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고령화된 농촌에서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들다.

정부는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영세소상인과 중소기업, 취약계층 등을 위해 역대 최대인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세웠다.

그러나 이번 추경에 농업농촌에 대한 예산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동안 농민단체는 취약계층 농민과 농산물 가격 폭락 피해 농업인 등에 대한 대책 마련과 예산지원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에게 농업농촌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빠른 시일 내에 부문별 구체적인 피해규모를 확인하고 필요한 예산을 하루속히 투입해 시름에 잠겨 있는 농가들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외식산업 위축과 개학 연기 등으로 생계 위협을 받고 있는 학교급식 계약 농가들에 대한 즉각적인 피해 대책 마련은 물론이고,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 보전대책과 영농철 인력수급난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 등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번 2차 추경에는 농업분야 피해지원 예산을 반드시 반영해 농민들에게 따사로운 봄볕이 드리워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