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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렬 시인 첫 시집 ‘풀꽃들의 말씀’ 상재
‘풀꽃의 생태’에 사람살이의 상상력 접합

2020. 08.11. 13:06:26

‘풀꽃들의 말씀’ 표지

나승렬 시인이 첫 시집 ‘풀꽃들의 말씀’(문학들 간)을 펴냈다. 밟히면서도 “꽃 피우며 향기를 내어 주는 풀꽃들”의 말씀을 한 편 한 편의 시로 받아 적어 엮었다.

꽃에 대한 시들로 시집 한 권을 엮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수많은 꽃에 대한 경험도 경험이려니와 그 지식의 나열만으로 한 편의 시가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을 빛나게 하는 것은 다양한 풀꽃들의 생태에 사람살이의 희로애락은 물론, 우리 민족 수난의 역사 등을 절묘하게 접합한 시인의 상상력이다.

“압록강을 건넜어요/대동강을 건넜어요/예성강, 임진강, 한강도 건넜어요”로 시작하는 ‘만주바람꽃’이라든가 “남도 후미진 곳/두문동 찾아든 사람들처럼 모여/낮게 낮게 꽃 핀다”고 노래한 ‘너도바람꽃’ 등이 그렇다. 두문동은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에 반대한 고려 유신들이 모여 살았던 경기도의 광덕산 서쪽을 말한다.

사람살이의 한 단면을 재치 있게 엮은 시 ‘코딱지나물’은 코딱지와 관련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상황을 익살스럽게 얽어내는 솜씨가 능숙하다.

“혼자 있을 때/그 시원함에 빠져/검지 손가락 후벼 깊숙이 큼직한 놈 잡았는데/너무나 오져 막 긁어내려는데//누군가에게 그 장면 들켜 버렸을 때/확∼ 창피해서 얼굴 막 빨개지는데//온통 빨개진 볼따구에 꽃밭 하나 생겨나고/무슨 난리가 난 것처럼/붉게 꽃 뭉테기로 터져 버린 날”(하략)

시인의 이런 작업은 그냥 꽃을 좋아하고 즐기는 마음을 넘어서야 가능한 일이다. 시인의 삶이 투영된 꽃, 꽃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시집에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그동안 학교에 몸 담으며 가르쳤던 아이들 이야기, 우리 역사의 후미진 곳에서 이름 없이 살다 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편 편마다 들어 있다.

매일 아침 108배를 올리면서 털어 내려 애를 썼던 생활의 무게, 잘 가라앉지 않는 깊은 상처들, 역사의 격랑을 헤쳐 나오며 지게 된 부채들, 매장된 5월, 수장된 세월호의 아픔들, 지나칠 수 없는 살아 있는 슬픔들을 그는 꽃에 담아 노래했다. 시인은 눈으로는 꽃을 보고 있지만 그 순간들에 얼비치는 사람들과 삶을 꽃 속에 투영해 시 안에 담았다.

나승렬 시인은 장성 출생으로 전남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학 시절 용봉문학동인회 활동으로 시 쓰기를 시작했다. 전교조신문 제1회 참교육문학상(시부), 서정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해온 시인은 전교조 해직 기간을 포함해 38년 동안 중고등학교 교원, 광주학생교육원장, 광주시교육청 미래인재교육과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혁신 학교인 신광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담양 대덕 갈전리 오지마을에 귀촌해 새와 다람쥐, 나무, 풀꽃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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