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현이 작가

범현이 소설가의 첫 창작집 ‘여섯 번째는 파란’(문학들 간)이 출간됐다.

책에 실린 단편 대부분은 그림에 관한 이야기다.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는 천형(天刑)을 타고난 작가의 이야기(‘목포의 일우’)를 비롯해 그림과 떨어져서는 생계를 유지하는 게 어려워 포기할 수 없는 우울한 상황(‘여섯 번째는 파란’, ‘안나는 없다’), 넓게는 그림판 안에서 있을 수 있는 암묵적이고 비극적인 상황(‘뫼비우스의 띠’, ‘소리’)을, 또는 독재 타도를 위해 걸개그림 작업과 포스터 작업을 하고 시내 전역에 포스터를 붙이고 돌아다니는 스무 살의 피 끓는 청춘(‘가죽가방’) 등을 글로 그렸다.

2019년 목포문학상을 수상한 ‘목포의 일우’는 남종산수화의 대가 남농 허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버지 미산으로부터 가난한 화가의 길을 가지 말라는 유언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림을 그린 남농은 어렸을 때부터 사무쳤던 가난에 자신을 내던진다.

그는 길고 긴 통증과 창작의 번민 속에서 그림의 신에게 다리 하나를 제물로 바쳐 마침내 신남화풍을 그려 내는 데 성공한다.

표제작 ‘여섯 번째는 파란’은 아주 고통스럽고 역설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처지를 견뎌내는 여성의 이야기다. 돈 버는 일을 하지 않는 남편과 미술관 일을 그만두려는 딸을 둔 화자는 가계의 생계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다. 미대에 들어가 코피가 날 정도로 그림을 그렸지만 소질이 없어 매번 혹평을 받는다. 그림 대신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것을 업으로 삼지만 글마저도 흐름이 막힐 때면 판화가이자 타투이스트인 친구 은종을 찾아가 몸에 나비 타투를 새긴다.

작가는 미술대학을 졸업했고 전시서평과 전시기획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오월미술관을 운영 중이며 예술문화연구회 대표로 민중미술 아카이브에 전력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