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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선 작가 |
그 복잡한 마음에는 슬픔과 아름다움이 공존한다. 누군가를 좋아할 땐 한없이 설레고 행복하다가도 어느 새 고통이나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이 뒤따라 찾아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진 우리는 그 누구나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이들도 그렇다.
설계사무소 ‘코드 아키텍츠’에서 일하는 건축사 ‘수진’은 휴일 근무를 하러 나온 어느 날, 고층건물 로비의 조경작업을 하러 나온 조경사 ‘한솔’과 우연히 마주친다. 한솔은 첫눈에 수진에게 마음을 빼앗기지만 수진에게는 이미 오랫동안 마음에 둬온 건축사 선배 ‘혁범’이 있다. 한없이 투명한 사랑의 모습으로 성큼 다가오는 8살 연하의 한솔에게 수진은 계속해서 거리를 두려고 애쓰지만, 과거의 상처로 견고해진 혁범의 어떤 벽을 느낄 때마다 깊은 외로움을 느끼고, 한솔의 직진하는 사랑에 흔들리게 된다.
온전한 마음을 내주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자상한 혁범의 자상함은 수진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든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하다 보면 어느 새 몸이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들. 수진은 자신의 몸에 배어있는 혁범을 위한 습관들이 아프게 느껴진다. 수진은 “실망하지 않기 위해 기대를 최소화하는 일, 인내하는 일에 익숙해지는 것이 지긋지긋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작가는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말한다. ‘나’보다 ‘너’를 연민하는 마음. ‘나’보다 ‘너’가 마음이 아프거나 상처 입을 것을 먼저 걱정하는 마음. ‘너’가 ‘나’의 마음에 보답해주지 못한다 해도 기꺼이 먼저 ‘나’를 내어주는 마음. ‘나’의 가혹함을 덜어내고 ‘너’의 취약함과 불완전함을 끌어안는 마음들이 다름 아닌 사랑의 감정이라고 말이다.
동시에 그것들이 우리 안에 존재하는 선하고 아름다운 부분을 이끌어낸다고 작가는 주장한다. 그렇기에 ‘어른의 사랑’은 곧 ‘아이의 사랑’과 다름없이 겁도 없이 다가가고, 용기 있게 사랑하고, 상처를 온몸으로 떠안는 그런 것이라고 말이다.
‘이별’도 마찬가지다. 사랑 후 찾아오는 이별 또한 사랑만큼 중요하다고 소설은 말한다. 자신의 의지를 버릴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버리고 가야 할 때도 있고, 버릴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잃어버린 것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별에서 우리가 깨달을 수 있는 것은 그것들이 우리 곁에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비로소 그 무게나 선명함, 그리고 소중함을 보다 더 강렬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가진 모든 것들이, 바로 그 잃어버린 것 들 덕분에 얻은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별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소설은 많은 것들이 불안하고 그 어느 것도 믿기 힘든 지금 이 시대에, 마음을 다해 누군가를 사랑하는 ‘진심’에 초점을 둔다. 또한 성격도, 나이도, 자라온 환경도 다른 세 사람이 인생을, 그리고 일을 대하는 각자의 서로 다른 태도도 조명하며 그들의 일하는 방식이 곧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는 메시지도 녹여낸다.
한겨레출판사. 220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