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1대 첫 정기국회가 한창이다. 지난 4·15총선을 거쳐 출범한 21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는 지난달 말 국정감사를 마무리한데 이어 지난주부터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부처별 예산심사에 돌입했다. 입법과 예산 심사가 최대 본업인 터라 뉴스의 초점이 국회로 향해 있어야 할 요즘이다.

하지만 21대 첫 정기국회는 출범 당시의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토록 경계했던 정쟁이 마치 망령처럼 되살아난 탓이다.

가장 실망스러운 것이 국정감사다. 국회는 지난달 26일까지 20일동안 제 21대 첫 국정감사를 펼쳤다. 21대 들어 첫 국감이자 초유의 코로나19 시대 국감이었다. 민주당 계열 역대 최강 입법 파워의 여당 대 최약체 보수 계열 야당의 격돌의 장이었다. 숫적인 측면에서 기울어진 측면은 있었지만 할 일도 많고 기대도 많았던 첫 국정감사였다.



또다시 되살아난 정쟁 망령



하지만 좋지 않은 예측은 어김없이 맞는다더니 기대가 컸던 21대 첫 국감 역시 국민들의 기대를 뭉갰다. 정책국감은 온데간데 없고 정쟁국감이 자리를 대신했다. 추 장관 아들 군 휴가특혜 의혹, 서해상 공무원 피살 사건 등과 관련한 정치적 공방만 난무했다. 상임위 곳곳에서 호통과 막말, 욕설과 삿대질이 난무하는 볼썽사나운 장면들이 재연됐다. 어찌 그리 20대 국회와 판박이인지.

차라리 약속이나 하지 말지. 올해 국감을 앞두고 민주당은 국난 극복과 민생, 미래 전략, 평화 등 4대 중점 포인트를 제시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국감 기간은 야당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국정 난맥상과 정권의 실정을 알리는데 치중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렇지만 라임·옵티머스 사기 사건을 둘러싼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야당이 뒤섞인 갈등이 거의 모든 의제를 삼켜버렸다. 특히 국민의힘은 라임 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특검을 요구하는 등 대여 공세를 펼치는데 주력하면서 아까운 시간과 전력을 낭비하다시피 했다.

예년 같으면 국감스타와 같은 국회의원들이 서너명 나오기라도 했지만 올해는 아예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음은 당연한 이치다. 정책 국감 약속이 공수표로 끝났다 해도 놀랍지 않은 셈이다. 지난 1988년 민주화 헌법 개정과 함께 힘겹게 부활, 올해 33회째를 맞이한 국감이 올해도 통과의례에 그친 셈이다.

어찌됐건 국회는 말많고 탈 많았던 국정감사를 마치고 현재는 내년도 예산 심사에 돌입해 있다. 오늘부터는 예산안 조정소위원회를 열어 각 사업별 감액 및 증액 심사에 착수한다. 정부가 제시한 556조원 규모의 2021년도 슈퍼 나라 살림살이를 심의하는 중차대한 절차에 돌입해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 탓에 더욱 꼼꼼한 심사는 필수다.

예산 국회가 끝이 나면 산적해 있는 입법 국회도 대기하고 있다. 5·18 관련법 등 지역의 굵직한 현안 법안들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5·18 관련법안은 올해 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에 지역 국회의원들의 역량이 절실하다.



역량발휘 국민기대 충족해야



국회는 정권을 잡고 있는 여당과 이에 도전하는 야당이 서로 경쟁을 펼치는 장이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매 순간순간 고민 속에 살아야 한다.

물론 21대 국회는 여야간 수적 구성으로 봐서 기울어진 운동장인 것은 맞다. 180석 가까운 여당과 100석을 갓 넘긴 야당이 대결을 펼치고 있는 터라 야당이 수적인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여당은 포용을, 야당은 정부 잘잘못을 따지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만이 유권자인 국민의 바람이자 시대의 소명라는 점을 명심, 구태의연한 전례답습이나 정쟁을 지양하고 국민들 곁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곧추세워 주길 다시한번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