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한 판(30개) 가격이 6,000원을 넘어섰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닭과 달걀 가격이 들썩이며 서민들의 가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11일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까지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모두 50건으로 집계됐다. 전남지역에서는 지난해 12월 4일 영암군 육용오리 농장에서 조류독감이 발견된 이후 나주·장성·영암·구례·곡성·무안 등 6개 시군에서 10건이 발생했다. 농장 57곳에서 오리·닭 199만6,300마리를 살처분했다.

살처분 여파로 당분간 닭·오리, 달걀 가격 상승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류 독감 확산 여부와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영향으로 달걀 한 판(특란 30개) 가격은 지난 7일 기준 6,027원을 기록했다. 2018년 3월 1일 이래 처음으로 6,000원선을 돌파했다.

닭과 달걀은 서민 밥상에 자주 오르는 식재료다. 가성비가 좋아 저렴한 가격에 한 끼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서다. 가금류의 가파른 가격 상승에 소비자들은 2017년 발생한 달걀 파동 재현을 우려하고 있다. 2016∼2017년 AI의 영향으로 산란계의 3분의 1 이상이 처분됐을 때 달걀 한 판 가격이 1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올라 정부가 처음으로 미국산 신선란을 비행기로 공수했다.

아직까지는 당시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치고 공급 여력 또한 충분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오름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유통업계는 AI 확산 속도와 한파, 설 명절 등 가격 인상 요인에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소를 도둑맞은 다음에서야 빈 외양간의 허물어진 데를 고친다는 뜻이다. 정부는 수급 안정을 위해 생산자협회 등과 긴밀하게 협조해 시장 불안요소를 사전에 차단해 AI발 닭·오리, 달걀값 인상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