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움트는 새봄 4월에 새싹의 푸르름은 더욱 짙어간다. 푸르름과 희망을 상징하는 청소년들에게 새봄은 더욱 의미가 크다. 새 학년을 시작하는 청소년들의 희망은 만남에서 구체화된다. 헤르만 헤세, 토마스 만 등과 함께 20세기 독일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한스 카롯사(Hans Carossa)는 자신의 학창시절에 관한 자전적 소설인 ‘아름다운 유혹의 시절’에서 ‘인생은 만남’이라는 전제하에 부모, 선생님, 친구, 좋은 책과의 만남이 인간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한다고 했다. 새 학년을 맞은 학생들은 부모님과의 운명적인 만남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가지인 선생님, 친구, 좋은 책과 새롭게 만나게 된다. 인생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는 중요한 만남의 대부분을 새 학년의 시작과 함께 갖게 되는 것이다.

-선생님, 학생 성공 결정적 역할-

새 학년을 맞는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만남의 대상은 선생님일 것이다.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학창시절뿐만 아니라 인생 전체의 성공과 실패가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선생님과 제자의 만남도 선택의지와 무관하게 맺어져 운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담임선생님이나 교과담당 선생님이 어떤 사람일까 하며 궁금해하고, 나를 또는 내 자녀를 1년 동안 어떻게 지도하여 바람직하게 성장시켜 줄 수 있을지에 대해 기대와 함께 불안감도 갖게 된다.

새 학년도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학생과 교사 간에 수업을 통한 만남도 중등학교에서는 최소 4회에서 16회 정도 이뤄졌을 테고, 초등학교의 경우라면 100회 정도에 이를 것이다. 교사들은 수업 중 관찰과 질문을 통해, 그리고 진단평가 결과를 통해 1년 동안 책임지고 가르쳐야 할 학생들의 학력수준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했을 것이다. 이제 개별 학생들의 학습 가능성 수준이 확인되었으니 한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희망실천을 구체적으로 시작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사실 교사의 수업에 대한 고민은 학생들의 수준을 진단하여 파악한 이후부터 시작된다. 개별적인 학력 수준을 몰랐다면 공통적인 교과서 진도대로 가르치기만 하면 되지만, 아무리 반복하여 가르쳐도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인 학생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 교과서를 읽을 수는 있지만 교과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는 문해력 위기현상부터 기초적인 영어나 수학 수준도 갖추지 못한 상태로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있다는 심각한 학력저하 실태가 자주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 개개인의 수준 차이를 무시하고 그냥 진도만 나간다면 가르치는 사람의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몇 시간 동안 가르치는 일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1년간 100회가 넘는 수업의 매시간 동안 많은 학생들을 포기하는 수업을 진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학생 사랑이 곧 교육 희망-

교사는 수업내용을 모든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 내용으로 재구성하여 가르쳐야 하고, 국어사전이나 영어사전을 이용하여 학생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기본적인 학습방법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구나 강조하고 있는 학생 중심의 맞춤형 수업을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교사들이 모든 학생들의 학습 가능성과 희망을 인정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학생에 대한 사랑 없이 교육희망은 창조될 수 없다. 한순간 희망적이었다가 실망으로 변하는 것은 희망이라고 말할 수 없다. 포기하지 않는 선생님의 변함없는 학생 사랑이 곧 교육 희망이다. 기초학력 미달 수준의 학생일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보통학력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 모든 사람들로부터 문제 학생으로 낙인찍혔을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반듯한 제자로 성장시키려고 애쓰는 마음이 교육희망의 모습이다. 그것이 바로 교육자들의 등록상표인 교육애이며 교육적 책무성이다.

얼어붙은 대지 위에 푸르른 새싹의 생명력이 움트는 새봄에 잘 배우려는 학생들의 희망과 잘 가르치려는 선생님들의 사랑이 더욱 깊어지는 교정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