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의 봄꽃들이 피고 지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다시 찾아온 봄을 소소히 즐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그러나 예년보다 훨씬 빨리 피고 지고 있는 꽃들을 보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빠른 벚꽃 개화의 원인이 기후변화로 인한 평균온도 상승 때문이라는 것은 이제 상식처럼 되어 있다. 신종 감염병에 이어 작년 여름 54일간 지속됐던 역대 최장 기간 장마, 더 추워진 겨울에 미세먼지와 황사 등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의 악화는 일상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는데 이에 대처하는 우리의 변화는 느리기만 하다.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0년이라고 한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말하는 ‘기후 데드라인(이미 너무 늦어 돌이킬 수 없는 시점)’은 2030년이다. 2030년까지 우리가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지구의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멈추게 하는 2050년 탄소제로 계획은 불가능하다고. 거시적 차원에서 친환경 연료 기반의 신재생에네지로 바꾸는 그린 뉴딜정책 함께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변화시켜야 하는 생활습관에 관해 많은 행동요령들이 제시되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 일회용품 덜 쓰기, 친환경 에너지 활용 등.

그중에 다시 주목해야 할 불편한 문제가 육류 위주의 식습관 문제이지 않을까.

-육류 위주 식습관 문제-

코로나19로 인해 가져온 관점의 변화 중 하나가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이미 우리는 수년 전부터 가금류에서 나타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해마다 수십만 마리를 무지막지하게 살처분하면서 안전한 식탁 지키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었다. 그럼에도 AI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위협도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식탁안전을 걱정하는 수준이 아닌 우리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식탁에 오른 육류가 안전한가를 넘어 과연 육류를 소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본질적 문제 제기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관심을 갖고 찾아보니 유엔식량기구(FAO)에서는 이미 오래전에(2008년) 발간한 보고서 ‘축산업의 긴 그림자’에서 공장식 축산이 환경파괴와 기후위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소고기 1kg을 얻기 위해 옥수수 16kg을 소에게 먹여야 되며, 소고기 단백질 1kg을 생산하는 데엔 곡물 단백질 1kg 생산하는 데 쓰이는 물의 15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 아마존 산림을 훼손하고, 비료를 쓰고, 농작기계를 돌리고, 저장하고 운송하는 데도 화석연료가 막대하게 사용되고 있다. 축산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교통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인 것이다.

-채소 한 끼, 최소 한 끼-

증가하는 육류 소비만큼 지구환경도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다. 실행 가능한 범위 내에서 채식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기후대응 행동인 것이다.

국제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에서는 ‘채소 한 끼, 최소 한 끼’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육식을 줄인다고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식습관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나부터 동참해서 꾸준히 지켜나간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덜 미안할 것 같다. 자유롭게 글을 쓰고 노래하는 전범선의 ‘해방촌의 채식주의자’는 이런 변화에 필요한 통찰과 사색의 계기를 마련해준다. 인간만을 위한 지구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닌 모두 함께 생명을 향유할 수 있는 지구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