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한번은 들었을 이솝 우화 중 늑대와 양치기 소년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난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했던 양치기 소년이 정작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마을 사람들이 아무도 오지 않아 양을 모두 잃게 된다는 결말이다. 그런데 과연 양치기 소년만 손해를 본 것일까? 이야기에 등장하는 마을 사람들은 소년의 거짓말에도 양 떼를 구하러 달려왔다. 양 떼는 온 마을 사람들이 지켜야 할 공동의 재산임을 짐작케 한다. 또한 양치기는 심심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돼있다. 본인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은 것이다. 그가 다른 사람들을 우습게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양치기는 마을 사람들과 약속한 본인의 책무를 다하지 않고 공동체의 ‘신뢰’를 깨뜨렸으며, 그 결과 본인도 벌을 받았을뿐더러 여러 마을 사람에게 경제적 손해까지 끼친 것이다.

-펜데믹 위기 상황의 충격

1995년 ‘신뢰(Trust)’를 저술한 프란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사회적 신뢰란 공동체가 규칙적이고 정직한 행동에 대해 규칙적인 기대를 생성하는 방식을 통해 일련의 도덕적 가치를 공유할 때 발생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런데 사회적 신뢰는 경제성장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경제학자들은 신뢰가 시장경제에서 거래비용을 줄여 경제 효율성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거래 상대방의 약속 불이행이 높으면 감독·보험·중개인 도입 등 안전장치를 구축하는 비용이 들게 마련인데, 신뢰가 높은 사회라면 이런 거래비용을 줄여 경제활동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용 측면에서는 일자리에 대한 정보와 구직자에 대한 정보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사회적 신뢰는 구인·구직 미스매치 문제를 완화시켜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신뢰도는 어떠할까? 최근 OECD가 발표한 국가별 정부 신뢰도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37개 회원국 가운데 20위를 차지했으며, 지난 2019년 결과보다 2단계 상승했다. 이 조사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중앙정부를 신뢰하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그렇다’라고 대답한 비율로 순위를 매긴다. 우리나라는 2007년 처음 조사에서는 24%를 기록했으나, 이후 점차 상승하면서 이번 조사에서는 가장 높은 45%를 나타냈다. 이 분야 전문가인 프란시스 후쿠야마 교수도 1995년도에 한국을 ‘저신뢰 국가’로 평가했었으나, 2020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신뢰를 성취했다고 호평했다.

한편 한국행정연구원이 ‘사회통합실태조사’를 통해 자신과 친밀한 사람들이 아닌 일반 사람들을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지를 조사한 대인 신뢰도 조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2013년 최초 조사한 값은 72.2%였는데 2019년에 66.2%로 하락했으며, 코로나가 발생한 작년에는 그 값이 50.6%로 크게 낮아졌다. 펜데믹 위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심리적으로 충격을 받아 타인에 대한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 것 아닌가 싶다.

-책임감 있는 리더 배출 필요

앞으로 사회적 신뢰를 높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사회적 시너지 효과를 강조한다.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신뢰에 기반해 자기 일을 성실히 수행할 때 개개인의 능력 총합 이상의 효율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선을 위해 일하는 리더를 양성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한다. 또 리더의 책무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일도 필요하다. 지역사회 및 사회적 문제 해결에 시민을 참여시키는 것도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데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정 이익집단을 대변하지 않고 공공선을 위해 일하는 책임감 있는 리더를 계속 배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매우 공감한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이 다시 시작되면서 전국적으로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우리 모두가 타인을 중히 여기는 마음을 지니면서 사회적 신뢰를 유지해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기를 기대한다.

/강창구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경제조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