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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세평>‘차별금지법’을 이해하기 위한 3가지 질문

2021. 11.30. 08:26:06

명진 알암인권작은도서관장

차별금지법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8번째다. 인권위가 정부에 차별금지법을 권고한 2006년 이후 14년 동안 같은 내용의 법안이 7번 발의됐지만 법안 심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아 자동 폐기되어왔다. 그리고 21대 국회에서 다시 8번째 발의되어 계류 중인 이 법안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심도 있게 심사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심사 기한이 2024년 5월 31일 21대 국회 임기 마지막 날로 다시 밀려났다 .

차별금지법은 일곱 차례나 발의될 만큼 우리시대가 해결해야 할 내용을 담고 있는 법으로 여겨지는 반면 그 횟수만큼 폐기되는 길을 걸었던 어려운 법으로도 보인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는 평등한 민주사회의 기본 가치를 구현하는 의미라는 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법 제정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우려, 즉 자유권의 침해에 대한 우려가 깊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 이미 평등법과 유사한 법이 존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에는 평등법(Equality Act)이, 독일에는 일반평등대우법(General Equal Treatment Act)이 있다. 호주와 캐나다도 차별금지법(Discrimination laws), 인권법(Human Rights Act) 등의 이름으로 포괄적으로 차별을 금지하는 법들이 있다. 미국의 민권법(Civil Rights Act)도 차별금지에 관한 입법례이다.

평등권·자유권 배척되지 않아

그렇다면 차별금지법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금지하는 법일까? 법이 제정되면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는 침해받게 되는 걸까? 법 제정을 두고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데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뭐가 좋은 걸까?

차별금지법의 시안을 마련한 인권위의 설명에 따르면 차별이 금지되는 영역을 엄격히 정하는 것이 강조점임을 알 수 있다, 즉, 고용의 과정 또는 직장내에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교육기관에서 교육이나 직업훈련을 받을 때, 행정서비스 제공이나 이용할 때와 같은 공적이고 사회적인 영역에서 성별, 장애, 나라, 인종, 혼인여부, 가족형태, 성적지향, 학력 등 23가지 이유를 근거로 특정한 사람을 불리하게 대우하거나 정당한 편의제공을 거부하거나 괴롭힘을 가하거나, 성희롱을 하거나 차별을 조장하는 광고 등을 하지 않게 하는 법이 차별금지법이다.

한편 법이 제정되면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는 침해받게 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비판의 목소리도 혐오 발언과 차별로 매도되어 처벌받고 특정 소수자의 기분에 따라 법적 처벌을 받게될 수 있다는 우려로 보인다. 그러나 법에서 정한 범위 이외의 교회나 길거리에서 설교를 하거나 발언하는 행위 등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인권위의 설명이다. 개인의 표현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 보장과 결코 배척관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성숙한 민주사회 나아가는 길

우리나라는 지난 민주화 과정을 통해 사회적 평등의 차원을 높이고 인권 향상을 위해 다양한 제도적 체계를 갖추어 왔다. 그럼에도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는 실질적인 평등사회에 대한 선언이고 문화적으로 우리 사회에 스며들어 있는 차별과 고정관념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 내 다양성을 증진하고 사회통합에 기여한다는 현실적인 목적을 추구하는데 현행법제의 한계를 보완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을 통해 약자와 소수자에게 유예되어 왔던 사회적 평등 실현을 향한 걸음을 힘들지만 내딛어야 하지 않을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토론과 소통을 통해 갈등을 극복하는 성숙한 민주사회로 나아가는 길목에 차별금지법은 꼭 거쳐야 하는 관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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