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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도입 신중 기해야 한다

2022. 04.27. 14:42:51

<전매광장>고교학점제 도입 신중 기해야 한다
김승호 세한대 초빙교수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상징적인 교육정책들이 추진된다. 한 달여 시간이 남아있는 현 정부에서 추진한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기초학력보장법 시행과 고교학점제 추진을 들 수 있다. 기초학력보장법은 30여 년 전인 1995년부터 논의가 시작되어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15년 전인 2007년부터 논의되었고, 작년 2월 교육부장관이 2025년부터 전면 시행한다는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학교교육 정책은 미래 세대의 성장과 장기적인 국가 발전에 중요하기 때문에 결정 과정 중에 추진 목적과 방법에 대하여 많은 논의와 변화를 거치게 된다. 기초학력보장법과 고교학점제는 목적 면에서 학교교육의 본질적인 책임인 학력, 특히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학력에 관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기초학력보장법에는 모든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을 중심으로 기초적인 학습 능력을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해 주겠다는 목적이 제시되어 있다. 고교학점제의 목적은 모든 고등학생들이 졸업 전까지 성공적인 사회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과 기술을 갖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고교 교육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쉬운 방식 택하는 교육정책

교육부나 교육청, 그리고 학교 단위에서 정책을 추진하는 담당자들은 목적에 맞는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추진 방법 면에서 목적이 변질되거나 어려운 내용이 사라진 경우가 적지 않다. 기초학력보장법 적용에서 초등학교 3학년 입학 전에 초등학교 2학년 단계까지의 읽기, 쓰기, 셈하기 기초를 보장하고, 나아가 초3부터 고1까지는 해당 학년 교과수업 진도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학력을 책임진다는 것이 목적이다. 이러한 목적 달성은 사실 무척 어려운 일이다. 적용되는 현실을 보면, 모두에게 초 2학년 학력을 보장해 주는 것으로 책임지는 목표를 낮추고 있다. 추진하기가 훨씬 수월해지는 방법이다.

고교학점제에 대해 검토해 보자. 고교학점제를 추진하는 방법은 주요 교과에서 기초, 기본 및 심화학습 단계를 설정하여 학년 구분 없이 무학년제로 운영하고, 평가를 통해 평균 40점을 얻지 못하면 유급시키거나 재이수토록 하며, 추가적으로 학생의 적성과 흥미를 고려한 요구에 따라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해 주는 것이다. 고교학점제를 적용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일정 수준의 학력에 도달하지 못하면 학년 진급을 하지 못하거나 졸업장 대신 수료증을 받는다. 미국에서 고등학교 졸업률이 8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장을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해야 하고, 학교에서는 졸업률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교육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고교학점제에서 이처럼 졸업자격을 강화하는 것은 징계적 차원이라기보다는 복지적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모든 학생들이 기초학력 이상의 능력을 갖고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 정책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는 2025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현재 전체 고교의 84%가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광주와 전남을 비롯하여 9개 지역의 일반계고는 100%가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특성화고 전체 573교가 모두 학점제를 도입한 상태이다. 어느 지역에서도 고교학점제 추진에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추진 목적과 관련된 낙제나 재이수 문제는 통과 기준을 평균 40점으로 설정한 결과 전혀 언급할 필요조차 없어졌다. 현재의 단위제가 학점제로 명칭만 바꿔 운영하고 있는 결과 소규모 학교 선택과목 개설 한계, 시간강사 채용 곤란 등의 문제도 나타나지 않는다. 중요한 교육정책이 문제 없이 추진되는 것에 만족해야 할까? 10년을 넘게 도입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었던 고교학점제 정책은 쉬운 방식으로 추진되면서 본래 목적이 사라진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목적·방법 등 충분한 논의

변화와 혁신은 본래 어렵고 힘든 일이다. 장기적이고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교육정책의 변화와 혁신은 특히 어렵다. 교육정책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목적과 방법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개선되어야 한다.

고교학점제는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년에 전면 도입 예정으로 대부분의 고교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지만 교총이나 전교조 등 교원단체들의 반대와 유예 요구가 강하다. 2024년에 고교학점제 관련 수능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라지만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새 정부도 추진 방법을 검토하면서 도입 시기 유예를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

고교학점제는 고교교육뿐만 아니라 교육체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전면 시행에 앞서 한번 더 깊이 검토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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