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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리는 말 한마디
안경주 전남여성가족재단 원장

2022. 06.14. 18:11:09

우연히 방송을 보다가 백세를 넘긴 어느 철학자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다. 그는 평생을 대학에서 연구하고 가르치면서 많은 동료 교수들의 삶을 지켜보았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사는 사람들, 자신의 소유, 명예, 권력을 위해 사는 사람들은 퇴직함과 동시에 대학이 그들을 잊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를 위해, 공동체를 위한 가치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사회와 공동체가 그들을 기억하며 그 사회적 생명이 이어지는 것을 보았다.

국가와 사회, 공동체가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그 성장하는 국가, 사회, 공동체와 함께 성장한다. 올바른 가치를 가지고 공동체의 성장을 도모하다 보면 그 공동체 안에 소속된 사람들도 함께 성장해간다는 것이다. 그만큼 개인의 성장이 사회와 공동체의 성장과 긴밀히 연결된 것이다. 우리가 속한 가장 일차적 공동체인 가정을 생각해봐도 너무나 쉽게 이해가 간다.

부모가 날마다 말과 눈빛으로 서로를 무시하고 육체적으로 학대하며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 그 안에 사는 성인과 아이들이 날마다 얼마나 피폐해갈지 가히 상상하고도 남는다. 울분, 분노, 마음의 상처, 인간관계에 대한 불신, 그리고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존재의 허무감과 고독감이 밀려올 것이다. 단지 한 사람이 상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화 방식 변해야



학교 동료들을 때리고 집단으로 괴롭히는 등 이제까지 당해왔던 폭력의 현장에서 가해자로 등장하기도 한다. 폭력이 일상화된다. 존중받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상대방을 어떻게 존중하는지 알지 못한다.

존중도 사랑도, 격려도 받아보지 못한 사람들, 가정에서 받았던 많은 상처가 응어리져 다른 형태로 폭발할 출구를 찾는다. 그리고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곳에 쏟아내기 시작한다.

학교폭력, 가정폭력, 아동폭력과 학대 등 모두가 그 내용을 보면 묘하게 닮아있다. 어떻게 이러한 폭력의 연쇄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말하는 방식의 변화를 권해본다.

가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을 읽을 때가 있다. 간단한 이야기이지만 매우 명쾌한 생각의 전환을 하게 한다. 그의 책 중 ‘당신만은 그의 공기펌프가 되어 주어라’라는 대목에 어떤 부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보험회사 영업사원으로 채용된 남편은 ‘보험업계를 평정해보자’라는 엄청난 자신감으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고객들은 마지막에 계약을 맺으려는 순간 갑자기 변덕을 부리곤 했고 아무리 노력해도 계약 한 건 맺기가 힘들었다. 남편은 낙담하고 절망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 부인은 ‘걱정 말아요, 그저 잠깐 지나가는 시련일 뿐이에요. 반드시 성공할 거예요. 당신은 타고난 세일즈맨이니까요’라고 했다.



공동체의 생태계 변화



다시 힘을 얻은 남편은 다시 시도했고 또 좌절하고를 반복하는 동안, 부인도 끊임없이 ‘당신은 자신의 재능을 모르고 있을 뿐이에요, 절대 그 능력을 버리지 않길 바라요’라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끝까지 믿어주고 격려한 것이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남편은 당연히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서 일을 잘하게 되었다.

남편과 자식, 부인의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그의 냉정한 상사가, 교사가, 냉정한 타인이 신랄하게 알려줄 것이다. 그러나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은 격려해 주어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실패하는 자식에게 ‘네가 그럴 줄 알았다, 네가 하는 일이 늘 그 모양이지’라고 말하는 대신, 식탁에서건 거실에서건 반드시 ‘잘할 수 있다’라는 격려와 지지를 보낸다면 관계가 어떻게 될까.

국가와 사회, 그리고 공동체를 살리는 ‘말 한마디’로 우리 가정, 우리 공동체의 생태계가 바뀔 수 있다.

말은 생명이 있다. 말이 씨가 된다. 말이 생명을 살리는 씨가 된다. ‘결국엔 실패하게 될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조만간 실패가, 그리고 ‘넌 반드시 잘 될 거야’라고 힘을 실어주는 부모님 앞에는 건강하게 성장한 자녀들이 있게 될 것이다.

폭력 대신 사람을 살리는 말 한마디, 우리 가정과 공동체를 살리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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