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지역
문화
스포츠
기획
특집
오피니언
사람들
전매광장
화요세평
열린세상
데스크칼럼
사설
에세이

<열린세상>허위의식 또는 위선

2022. 06.26. 17:24:28

<열린세상>허위의식 또는 위선
정진탄 월간국장 겸 논설위원


‘역사와 계급의식’을 쓴 게오르그 루카치는 프롤레타리아만이 이상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을 갖는다고 했다. 다시 말해 노동자여야 진정한 사회적 모순을 느끼고 해방을 꿈꿀 수 있는 의식과 환경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지식인이나 여타 사회계급의 역사적 소임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 맑스주의 이론가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이런 비판은 적절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루카치의 이론에서 주목할 점은 노동자가 돼봐야 그 고유 입장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 입장이란 착취로부터의 해방과 혁명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이란 의미다. ‘입장’ 부분만 단순 도식적으로 인용하면 어떤 사람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알려면 스스로 그렇게 돼봐야 한다는, 역지사지의 뜻이 통한다고 할 수 있다. 루카치가 살던 당대의 계급 이론과 노동 환경을 쏙 빼놓고 일반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입장에 처해봐야 이해

종교적으로도 변용해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불교 신자의 궁극적 지향점은 깨달음인데 이를 위해선 경전을 읽는 것만으론 안 되며 수행이 필요하다. 그 수행이란 끊임없이 탐·진·치를 내려놓는 훈련이다. 깨달음은 깨달은 자만이 알 수 있다. 깨달음을 무엇이라고 말로 하는 순간, 깨달음의 본래 의미는 사라진다. 깨달은 자가 돼봐야만 그 맛을 안다는 것이다.

이런 기본 속성을 우리가 잘 인식하고 있다면 뭣도 모르면서 알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허위의식의 소유자를 꾸짖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식인이라고 하는 인물, 오피니언 리더,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이가 실상을 겪어보지 않고 이론적으로 포장해서 침소봉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물론 모든 지식인이 허위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다만 그럴싸한 포장으로 현실을 왜곡하는 얼치기들을 구별해 내야 한다는 뜻이다.

현실을 결코 다 알 수 없는데도 다 알고 있는 듯이 설명하는 사람들, 정치를 잘 모르면서 정치 10단인 듯 주절거리는 사람들, 행정을 잘 모르면서 행정 달인인 것처럼 위장하는 사람들, 문화를 잘 모르면서 최고 전문가인척 하는 사람들, 빈곤을 잘 모르면서 가난뱅이가 돼본 것처럼 동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다.

이처럼 침소봉대, 허위의식, 위선을 떠는 사람이 정부 또는 행정 당국의 정책결정권자면 그 폐해는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정책결정권자의 주변 지식인이 그런 허위의식의 소유자가 되더라도 타인에게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파장은 만만찮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 당시, 그리고 현재 586과 같은 그룹들은 민주화 경력과 도덕적 우위론을 근거로 국정과 정치의 주축이 됐지만 그들이 내보이는 계급의식, 아니 순치시켜 역사의식은 어떠했는가를 볼 필요가 있다. 순수한 역사의식은 온데 간데 없고 내로남불이라는 역대급 유행을 만들어냈다. 이 말이 품고 있는 부정적 함의는 실로 대단하다. 진영 대결·논리라는 말이 횡행하는 저간의 사정을 생각해보면 그렇다.

이런 상황은 지역사회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양상과 패턴이 상이할 뿐 기본 속성은 같다. 지역 발전의 미래 청사진을 놓고 자신만이 옳다는 허위의식에 사로잡힌 경우가 많다. 특히 광주의 경우 도시 발전 방안을 놓고 ‘보존과 개발’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운데 이럴 때 두드러진다. 광주는 전통적으로 보존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한 바, 여기에 대다수 시민의 뜻이 반영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올바른 인식·행동 조건

이제 곧 민선 8기를 맞아 각 지자체마다 인수위의 활동이 본격화한 가운데 단체장과 그 측근들은 행정과 지자체 메카니즘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접근하는 것은 아닌지 성찰하기 바란다. 비판과 지탄을 받아야 할 게으른 공무원이 없지 않겠지만 묵묵히 일하는 공무원이 많을 것이므로 사기 진작책을 내놓고 흥을 북돋워야 할 것이다. 또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지역민은 못된 권력자의 눈에 비치는 것처럼 ‘졸’이 아니므로 잘 모셔야 한다.

무언가 큰일을 하는 사람은 허위의식과 위선에 늘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겸손을 달고 살아야 한다. 그 겸손마저도 위장된 것이라면 못 말리는 것이 돼 버린다. 측근도 자신이 제갈량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지거나 정치·행정이란 그런 것이라며 후흑학을 권유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은 삼국시대나 춘추전국시대도 아닐뿐더러 이런 이데올로기는 원수나 있을 때나 가능하며, 우리는 결코 서로가 적이 아니고 하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인식과 행동을 할 수 있다. 또 그렇게 해야 지역도 발전하고 지역민들도 편안해질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허위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위선에 눈과 마음이 가려진 것은 아닌지 지금 가슴에 손을 얹어보라.

정치

사람들

경제

사회

기사 목록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