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광장>자신을 볼 줄 아는 지혜로움을
대유민 전남청소년성문화센터장


조선 후기의 시 용부가(庸婦歌)에 나오는 사자성어 십벌지목(十伐之木)을 한자 그대로 직역하자면, 우리 속담에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는 말로 아무리 뜻이 굳은 사람 일지라도 여러 번 권하거나 달래면 결국 마음이 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나무를 도끼로 열심히 찍다 보면 쓰러지지 않을 나무가 없으며, 사람 또한 회유 하거나 달래면 나무가 쓰러지듯 상대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흔히 남녀 관계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고백하는 상황에서, 속된 말로 작업을 여러 번 걸거나 계속 따라다니는 노력을 하면 여성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은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어리석게 보이지만 우직하게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고 끝까지 밀고 나가면 결국 성과를 거둬 목적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우공이산은 십벌지목과 같이 남성들이 호감이 가는 여성의 마음을 얻으려 할 때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

사랑하는 여성 마음 얻는 방법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시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은, “26세에 첫사랑에게 프로포즈를 했는데 강하게 거절해서 집까지 찾아갔다가 그 집안 남자들에게 건방지다고 두들겨 맞고 쫓겨 나왔다. 더 이상 안돼서 마음이 아팠다. 선도 보고 결혼하고 신혼 여행도 다녀오는 걸 보고 속이 뒤집혔다. 제가 죽게 생기니까 아버지가 시골로 다시 데려왔다. 그런데도 그 여자가 보고 싶고 생각나더라. 그 감정을 가지고 아픔을 시로 승회시켜 쓴 시가 나를 시인으로 만들었다”라고 모 방송에서 밝힌 바 있고 그때의 행동이 창피하기도 하다고 소회했다. 당사자에게는 가슴 아픈 이야기겠지만 방송을 보는 필자는 참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 부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고 가슴 가득 충만되어 있다 하더라도 상대가 그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열 번 백 번 찍어봤자 나무는 쓰러지지 않고, 한 가지 일에만 몰두 한다고 해도 산은 옮겨지지 않을 것이다.

사랑에도 트렌드가 바뀌었다. 나태주 시인의 첫사랑의 경험은 1970년대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2022년도에 이성이 프로포즈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그 집까지 찾아간다면 건방지다고 두들겨 맞고 끝날 일이 아니라 스토킹 범죄자로 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사랑 고백은 상대가 내 마음을 받아주도록 정중하게 상대에게 마음을 구하는 것이고 상대가 받아줄 때 두 사람의 사랑에 연결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상대가 받아줄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그럴 마음이 없다면 구차하고 치사하게 자존심 구겨가며 구걸하지 말고 그냥 돌아서면 된다. 힘이나 폭력을 이용한다고 해도 강제로 얻을 수 없는 것이 다른 사람의 마음이며 그런한들 진정한 사랑이 될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건 기적이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일. 그것을 이루기 전에 먼저 자신의 마음을 볼 줄 알아야겠지요.”

나라가 스토킹 범죄로 시끄럽고 불안한 가운데 어린왕자의 이 단순한 대사가 명대사로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지금은 누가 잘하고 못하고, 맞고 틀리고 갑론을박으로 소모적인 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

여성 주체·자율의사 존중을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따지고 더 이상 상식밖, 이해 못할, 피해자가 발생할,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구멍 난 곳을 쫌쫌하게 꿰메 터진데가 또 터지지 않게 해야 할 때다. 현실적 불안감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과 효과적인 재발방지 대책에 초점을 맞출 때이다.

모두가 여성과 남성은 동등하다는 입장에서 성차별적 인식을 버리고, 여성을 비주체적인 성적 대상화하는 것을 멈추고, 자율적 의사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 싶거든 먼저 자신의 마음을 볼 줄 아는 지혜로움으로 기적을 만들어 나가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