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새벽 전남 서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 182㎜의 기습폭우가 쏟아졌다.

해남에는 200년만에 한번 내릴 법한 폭우가 쏟아져 기상청 관측 시작 이래 1시간 최대 강수량 최고 극값을 경신했다.

강한 비와 함께 하룻밤 새 3,500여번의 낙뢰(천둥·번개)가 치면서 기상 장비가 장애를 일으키고 공장 가동도 중단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주택과 농경지 등 침수 피해가 속출했고 산사태 우려에 주민들이 긴급 대비했다.

전남 서남해안에 몰아치던 비구름대가 동부권으로 이동하면서 계곡과 하천 범람, 산사태 등 국지성 집중호우에 대비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6일 전남도와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후 5시 현재까지 신안 홍도 182.5㎜를 최고로, 진도 의신 169㎜, 완도 보길도 158.5㎜, 해남 북일 132㎜ 등 전남 서남부 지역에서 10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렸다.

고흥 도화 143.5㎜, 보성 득량 149.5㎜, 여수산단 141.5㎜, 광양 중동 156.7㎜ 등 전남 동부권에도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특히 1시간 동안 진도 의신에서는 103.5㎜, 고흥 도화 85.5㎜, 해남 78.1㎜, 신안 흑산도 50.5㎜의 폭우가 쏟아졌다.

해남에서 기록된 시간당 78.1㎜ 강수량은 기상청 관측 시작 이후 7월 1시간 최대 강수량 최고 극값(종전 2021년 7월 6일·63.4㎜)을 경신했다.

해남에서 기록된 시간당 강수량은 200년만에 한번 집계될 확률을 뚫은 것으로도 파악됐다. 나머지 지점 시간당 강수량은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는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 의해 측정됐다.

짧은 시간 강하고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피해도 속출했다.

전남소방본부에는 이날 오후 5시 현재 비 피해 신고 136건(안전조치 104건·배수지원 23건·인명구조 9건)이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안전 조치 사항으로 주택 침수 58건·토사 유출 13건·도로 장애 18건·기타 15건을 처리했다.

신안 흑산면 한 주택에서는 이날 오전 0시21분께 쏟아진 비에 고립된 주민 4명이 소방 당국에 구조됐고, 같은날 오전 1시20분께는 진도군 임해면 일대 주택에서 일가족 3명이 구조됐다.

진도 33채 등 주택 124채가 침수 피해를 입으면서 입주민 65명이 마을회관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산사태 취약지 인근에 거주하는 고흥 30세대(45명), 완도 10세대(20명), 해남 8세대(16명), 강진 1세대(1명), 광양 53세대(61명) 등 134세대 197명도 사전 대피했다.

농작물 피해도 잇따라 진도 150㏊, 고흥 10㏊, 해남 13㏊, 완도 100㏊ 등 279㏊의 벼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 침수 피해 규모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해상통제와 공항결항은 없었지만 안전상 이유로 국립공원 2곳, 도로 4곳, 하천출입구 35곳, 하상도로 4곳 등 49곳의 이용은 통제 중이다.

강한 비와 함께 3,500여 차례의 낙뢰가 치면서 기상 장비가 장애를 일으키고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전날 자정부터 이날 오후 2시까지 전남지역에는 3,576번의 낙뢰가 쳤고, 이는 지난해 7월 한달간 전남에서 4,916번의 낙뢰가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72% 수준에 달한다. 여름철 한 달 낙뢰 발생 건수의 70% 이상이 하루 만에 집중된 셈이다.

이로 인해 신안 흑산도의 종관기상관측장비와 홍도·옥도, 진도 상조도, 완도 완도읍, 장흥 관산의 자동기상관측장비 등 6개 지점에서 장비들이 장애를 일으켜 한동안 자료가 기상청으로 송출되지 못했다.

여수에서는 낙뢰로 인해 한 석유화학 업체에서 정전이 발생, 공장 가동이 멈춰섰고 복구를 진행하던 중 기름이 유출되기도 했다.

기상 특보는 오후 5시 현재 여수·순천·광양·곡성·보성에는 호우경보가, 장흥·고흥·화순·구례에는 호우주의보가 유지중이다.

비상 2단계 근무 태세를 유지중인 전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일선 시군에 호우 대비 시설물 안전관리 및 주민 사전대피 등 만반의 준비를 지시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한 매우 강한 비가 오는 곳이 있겠다”며 “비가 많이 내리는 곳은 산사태, 토사유출, 시설물 붕괴 등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