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교육 경감을 위해 수능에서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했지만, 대학 입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교육 열기가 과열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영어학원의 전국 월평균 비용은 154만원에 달했고, 지난해 사교육 총액 역시 30조원에 육박하며 4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광주·전남지역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고, 사교육 참여 증감률은 전남이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3일 교육부·통계청이 발표한 ‘2024 초중고·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9조 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 1,000억원(7.7%) 증가했다. 1년 사이 학생 수는 521만명에서 513만명으로 8만명(1.5%) 줄었는데 사교육비 총액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사교육비 총액 규모는 2021년(23조 4,000억원), 2022년(26조원), 2023년(27조 1,000억원)에 이어 4년 연속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광주·전남지역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각각 41만 3,000원, 32만원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광주의 경우 2020년 29만 9,000원, 2021년 32만원, 2022년 35만 6,000원, 2023년 39만 6,000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전남 또한 2020년 19만 1,000원, 2021년 23만 3,000원, 2022년 26만 1,000원, 2023년 27만 9,000원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사교육 참여율은 광주가 78.2%로, 전년 대비 증감률이 2.0%p를 기록해 8개 특광역시 중 가장 높았다.

전남은 2023년 67.3%에서 지난해 71.7%로 4.4%p 상승해 전국 17개 시·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사교육 참여율이 늘어난 데에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 대학 입시 제도의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한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고, 의대 지역인재전형 모집 인원이 늘어난 점도 사교육 참여율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고형준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상임활동가는 “의대 증원 등 대입 입시 제도 변화로 자녀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져 사교육 참여율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단속만으로는 사교육 의존도를 낮출 수 없으며, 학원 교습 운영 시간 감축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교육 경쟁이 심화되면서 선행 학습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 유아 대상 사교육 참여율은 47.6%였고 2세 이하 24.6%, 3세 50.3%, 5세 81.2%로 연령이 높을수록 증가했다.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영어학원 월평균 비용은 154만 5,000원이었고, 놀이학원도 116만 7,000원에 달했다. 이어 예능학원 78만 3,000원, 체육학원 76만 7,000원 등 순이었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지역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27곳으로 2023년보다 6곳(28.5%) 증가했고, 지역별로는 광산구가 15곳으로 가장 많았다. 유아 영어학원 가운데 A 학원의 경우 교습비가 월 최대 120만원에 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작년 사교육비 단가가 인상된 부분이 많이 작용했고, 학원 마케팅 측면에서 교과를 분리해서 쪼개기(단과 강의)를 하면서 가정 부담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며 “의대는 최상위권 학생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고, 전체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이 80%인 점을 고려하면 사교육비 증가 이유를 의대 증원으로만 보긴 어렵다. 다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면밀히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