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이 인용되면 의료현장 정상화에 희망이 생길 것 같아요.”

전남대학교병원 간호사 A씨는 11일 “의정 갈등이 1년 넘게 지속되면서 의료 현장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 후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이 업무 과부하에 더 이상 버틸 힘 없이 ‘번아웃’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는 의료 인력이 부족해 환자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제때 치료 받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A씨는 “하루 8시간씩 3교대 근무를 하지만 시간 외 근무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병원에 입원한 지인이 간호사들이 울면서 일하는 것을 봤다고 했다. 정말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울먹였다.

또 “전남대병원 진료가 어려워지면서 기독병원이나 중소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려들었고, 이로 인해 병동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이 매우 커졌다”고 말했다.

A씨는 탄핵이 기각된다면 지역 의료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탄핵이 기각될 경우 지금보다 더 열악한 근무 환경에 놓일 수 있다”며 “의정 갈등이 계속되면서 전공의 복귀는 요원해질 것이고, 결국 업무 공백은 기존 간호사들이 메워야 할 것이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병상 가동률은 높은데 필요한 인력이 부족해 PA(진료지원) 간호사에게 업무가 몰리고 있다”며 “환자가 많아질수록 간호사들의 업무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고 호소했다.

다만 의료 현장에서는 ‘탄핵 인용’에 큰 기대를 품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권이 교체돼 하루빨리 의정갈등이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이다”며 “탄핵이 인용되면 의료진들이 다시 복귀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도 들린다. 의료대란이 조속히 해결돼 의료현장이 정상화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광주기독병원 간호사 B씨도 “탄핵 이후에는 국민을 위한 올바른 의료 개혁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간절히 염원했다.

B씨는 “의정 갈등으로 인해 대형병원 환자들이 중소형 병원으로 몰리면서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전공의 부재로 인해 응급의학과 교수까지 사직하는 상황이고, 사실상 의료 현장이 붕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의료 정책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공공의료 확충과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며, 현 정부가 강행한 의대 증원 역시 새로운 합의점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탄핵이 기각될 경우 의료계가 더욱 혼란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B씨는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계속 추진될 것이다”며 “현 정부가 물러나더라도 누가 정권을 잡든 의료 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윤석열 탄핵 이후 새 정부는 필수의료를 살리고 지역 의료를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지역 의사제 도입 등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정 갈등 이전에는 PA 간호사가 50명 정도였지만 현재는 70명으로 늘었다”며 “민간 중소형 병원의 경우 간호사들이 업무 과중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보건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료 현장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고 우려했다.

최운창 전남도의사회 회장은 탄핵이 기각된다면 의정갈등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상계엄 당시 포고령에 ‘전공의 처단’ 등의 내용이 담긴 만큼 현 정부가 의정갈등을 해결할 의지가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탄핵이 이뤄지면 의대 증원과 관련해 협상하는 과정에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의대 증원은 과학적 추계를 거쳐 늘어난 인원이 아니다. 우선적으로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지원책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사고지원 특례법 등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필수의료에 종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며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기각이 된다면 사회가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환준·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