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잊는 우리의 연대! 페미니스트가 민주주의를 구합니다. 차별과 폭력없는 세상으로 함께 나아갑시다.”

제117주년 3·8세계여성의날을 맞은 지난 8일 오후 2시께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여성단체 회원 등 3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여성의 권리 신장에 대한 다양한 주장들을 호소하고 있었다.

여성의 날을 상징하는 보라색 옷을 입고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가자! 성평등 세상으로’, ‘끝내자! 성차별 세상’, ‘시대를 잇는 우리의 연대 페미니스트가 민주주의를 구한다’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한국에서 40주년을 맞는 3·8세계여성의 날은 여성들이 그동안 민주주의 위기와 사회 부정의의 역사적 현장에서 민주주의와 성평등 실현을 외쳤던 사실을 기억하고 축하하는 날이다.

고광완 광주시 행정부시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지난해 12월 3일 갑작스러운 비상계엄에도 광주시민과 여성들은 계엄무효를 성토하며 응원봉을 들고 추운 겨울 거리로 나아가 용감하게 계엄을 막아냈다”며 “시간과 공간은 다르지만 117년 전에 그날 여성 노동자와 지금의 대한민국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자유와 정의, 민주화, 인권의 보편적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여성과 소수자 혐오정서를 선동하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최우선 공약으로 걸었던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냈다.

한 여성 참석자는 “윤 정부는 2년 6개월만에 성평등 정책을 사상 유례없는 속도와 규모로 퇴행시키고 성평등 가치를 훼손하며 여성운동을 노골적으로 공격해 왔지만, 여성운동의 연대는 광장으로 이어져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수많은 여성들의 외침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여성노동자 오순이씨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 폭력은 딥베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 등으로 더 악랄하게 진화를 하면서 여성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며 “성별 격차는 OECD 국가 중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 사회는 여전히 여성들에게 불평등한 요소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들어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걸며 각종 혐오가 증가했고, 남녀 간의 갈등을 부추기며 내란 세력들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일터와 삶터에서 차별과 혐오, 폭력에 맞서 싸워 나가는 모든 분들과 연대하고 성평등한 민주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끝까지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여성과 소수자가 일상에서 차별과 폭력을 당하지 않고 존엄을 지킬수 있는 사회 △성별·성적지향·연령·지역·국적·인종·장애여부 등 조건과 관계 없이 동등하게 시민의 기본권을 누릴 수 있는 사회 등 2가지 요구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날 성평등에 기여한 이에게 주어지는 3·8여성상은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가 수상했다. 위원회는 지난 2022년 6월 공론화를 시작으로 결성돼 광주지역의 여성예술인들의 치유와 회복을 활동하고 있으며, 문화예술계에 만연한 성차별적인 문화를 변화시키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UN 공식 기념일인 세계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미국 1만5,000여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근로여건 개선과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며 궐기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한국여성대회는 1985년부터 매년 3월 8일을 전후로 열리고 있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