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 두 경기에서 10실점을 했기에 이번엔 무실점 승리가 정말 간절했습니다”

어린이날 6,238명의 홈팬 앞에서 무실점 승리를 지켜낸 광주FC 골키퍼 김경민(34)은 누구보다 감격스러운 얼굴이었다.

광주는 지난 5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5 12라운드 김천 상무와의 경기에서 오후성의 페널티킥골과 골키퍼 김경민의 연이은 선방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광주는 리그 5승(4무 3패·승점 19)을 기록했다.

이날 승리는 더 특별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엘리트(ACLE) 8강 알 힐랄전(0-7 패)과 직전 울산 현대전(0-3 패)에서 연달아 10실점을 기록하며 수비 불안을 드러냈으나 홈에서 다시 무실점을 기록하며 반전의 시작을 알렸기 때문이다.

그 중심엔 골키퍼 김경민이 있었다. 이날 김경민은 박상혁의 단독 돌파 등 김천의 5차례 유효슈팅을 모두 막아내며 팀의 승리를 지켰다.

경기 후 만난 김경민은 “무실점으로 이겼다는 게 가장 기쁘다. 전반 11분 김천에게 골을 내줬을 때가 가장 위기였다. VAR로 취소되고 우리가 PK를 얻으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돌아봤다.

김경민은 경기 후 이정효 감독으로부터 “김경민 덕분에 이긴 경기였다”는 극찬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경민은 “감독님께 그런 말을 들은 건 어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며 “그런 칭찬은 큰 힘이 된다. 지난 경기를 돌아보면서 내가 더 버텨주지 못한 장면들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더 잘할 수 있는데 안 되는 순간이 가장 속상하다. 감독님의 칭찬은 발전의 동력”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은 항상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2경기에서 10골을 내줬을 땐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감독님으로부터‘경민이 네가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그런 부분에 있어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잘하는 플레이를 주저 없이 해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선수 입장에선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정효 감독은 평소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김경민도 이를 인정하며 “감독님은 우리가 잘할 수 있다고 믿기에 강하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그 믿음과 자극 덕분에 더 집중하게 된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도 이 감독은 골을 넣은 오후성을 전반 종료 후 질책하며 전술적 지적을 놓치지 않았다. 팀을 위한 피드백이라는 의지도 고스란히 돋보였다.

한솥밥을 먹었던 상대 김천의 정정용 감독은 김경민의 선방에 “우리랑 할 때마다 퍼포먼스가 좋다. 훌륭한 골키퍼고 좋은 선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김경민은 “감독님은 나를 키워준 분이다. 2021년 이랜드 시절 첫 팀에서 날 믿고 써주셨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었다. 김경민에겐 어린이날의 의미가 더욱 각별했다. 그는“어린이날 가족끼리 시간 보내는 날인 만큼 사실 축구장에 찾아오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직관을 하러 경기장에 와주신 팬분들께 감사드린다”며 “6,000여명이 왔는데 다음엔 1만명, 2만명이 와주셨으면 좋겠다. 선수들도 사우디에서 큰 경험을 하고 돌아온 만큼, 팬들 앞에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ACLE에서 얻은 경험도 앞으로의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민은 “큰 수확이 있었고, 많은 것들을 느꼈다. 단순히 경험에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상대를 어떻게 하면 더 힘들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나 역시 어떤 방식으로 상대 선수를 더 압박하게 만들지, 빠른 슈팅을 막기 좋은 포지션은 어디일지 등에 관해 고민하고 있다. 탄탄한 수비로 팀을 돕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