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와 전남지역에 잇따라 건조주의보가 발효되면서 산불 등 화재 위험이 커지고 있다. 작은 불씨에도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시도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30일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2015~2024년)간 광주에서는 36건의 산불이 발생해 9.34㏊의 산림이 소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광주에서는 3월 한 달 동안 5건의 산불이 발생, 0.43㏊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전남 지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같은 기간 434건의 산불이 발생해 무려 1,105.28㏊에 달하는 광활한 산림이 피해를 입었다.

이는 광주에 비해 산불 발생 건수와 피해 면적 모두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올해 4개월간 발생한 산불만 해도 29건에 달하며, 9.34㏊의 산림이 소실됐다.

전남지역의 월별 산불 발생 건수는 1월 9건(2.56㏊), 2월 3건(3.34㏊), 3월 14건(2.49㏊), 4월 3건(0.95㏊)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산불 위험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5일 곡성·구례·광양·순천 지역에 건조주의보가 발효된 데 이어 28일에는 여수·장흥·강진과 함께 광주 전역에도 건조주의보가 내려졌다.

건조주의보는 실효 습도가 35% 이하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되는 것으로, 작은 불씨도 대형 산불로 확산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임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광주와 전남 지역에는 산불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된 상태다.

앞서 지난달 경북 울진 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광주·전남 지역의 산불 위기경보가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상향된 바 있어, 이번 건조주의보 발효에 더욱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30일 오전 9시 1분께 순천시 서면 판교리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산림 당국은 헬기 2대를 포함한 장비 15대와 인력 99명을 투입, 2시간 14분 만에 불길을 완전히 잡았다.

이 불로 인해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임야 0.06㏊가 소실됐다.

소방 당국은 “입산자 실화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화재 원인과 재산 피해 규모를 조사할 방침이다.

최근 대구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재발화하는 등 산불 양상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철저한 대비를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광주·전남을 비롯한 국내 대부분의 도시가 산을 끼고 있어 대형 산불 발생 시 막대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우려된다며 ‘비상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진영 순천제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야간 산불 진화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야간 운용이 가능한 최신 다목적 헬기 확보가 시급하다”며 “드론을 활용한 열 및 연기 감지와 함께 드론-헬기 간 연락 시스템 구축으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진화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화재발생 초기 소방서는 현장 접근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직접 진화보다는 주변 연소 확대 방지 및 인명 피해 절감에 집중해야 하고 기동성이 뛰어난 산림청 산불 진화 전용 차량이 초기 진화를 담당하는 것이 효율적이다”며 “현재 미흡한 유관기관 간 상호 연락 체계를 개선해 현장 지휘대와 헬기 간 유선 및 무전 통신망을 확보하는 것이 정확한 화점 파악과 안전 확보에 필수적이다”고 덧붙였다.

광주 소방본부 관계자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작은 불씨 하나가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며 “산림 인접 지역 주민과 등산객들은 불씨 관리에 각별히 주의하고 산불 발견 시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