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의 ‘뚝심’ - 전남매일
김영록의 ‘뚝심’
데스크칼럼

김영록의 ‘뚝심’

소신·비전담은 무안공항 승부수
‘지역발전’ 해내야 한다는 책무
■정근산 부국장 대우 겸 정치부장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2019년 4월 목포와 부산 간 388㎞를 하루한번 오가는 경전선 무궁화호에 몸을 실었다. 열차는 목포역에서 광주송정, 화순, 보성, 순천을 거쳐 부산에 이르는 42개역을 무려 6시간 33분간 달렸다. 당시 ‘대장정’은 광주에서 순천까지 116.5㎞ 구간이 일제 강점기인 1930년에 건설된 이후 방치되는 등 열악한 인프라에 기인했다. ‘느림보 열차 체험’이란 이름이 붙여진 당시 여정은 전 과정이 전남도 누리집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는 등 90년 소외의 상징이던 경전선의 실상을 알렸고 전철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광주송정에서 순천을 잇는 경전선은 지금 전철화를 위한 기본계획 고시를 거쳐 5개 공구로 나눠 조만간 발주를 앞두고 있다.



■소신·비전 담은 무안공항 승부수



같은 해 김 지사는 에너지신산업의 견인차로 꼽혔던 한전공대 설립 절차가 늦어지자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종갑 한전 사장을 연이어 만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정부지원과 실시협약 체결의 물꼬를 텄다. 1,000억원의 재정지원을 두고서도 논란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직접 도의회를 설득, 인재양성 요람이란 지금의 입지를 다졌다.

이듬해인 2020년 김 지사는 방사광가속기 유치전의 중심에 섰다. 김 지사는 당시 유치 서명운동에 직접 뛰어들어 전남을 넘어 광주시민, 전북 도민들까지 모두 250만명이 넘는 호남인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비록 유치전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한데 뭉치는 호남의 저력을 통해 중앙정부의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지금의 세계 최대 초강력 레이저연구시설 유치전의 기반을 닦았다.

2023년 5월, 김영록 지사가 공항을 화두로 꺼내 들었다.

광주 군·민간공항 이전 문제가 대두된 이후 숙고를 거듭하던 그가 무안국제공항으로 양 공항 동시 이전을 지역민, 특히 무안군민들에게 직접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5일 김 지사가 읽어 내려간 담화문에는 공항을 둔 그의 철학과 소신, 비전이 오롯이 담겼다.

김 지사는 우선 군·민간공항 이전이 광주·전남, 호남 전체의 이익이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2029년 부산 가덕도 신공항과 새만금 국제공항, 2030년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개항 등 앞으로 5년이 서남권 거점공항을 목표로 한 무안공항 존폐의 시간으로 진단했다. 짧게는 2025년 KTX 무안공항역이 완성돼 무안공항 활성화의 새 전기가 마련된다는 점도 상기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KTX를 타고 공항에 내려 바로 외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인프라를 강조한 것으로, 인근 청주공항과 김해공항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는 “무안공항이 활성화돼야 광주·전남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기업 투자도 확대된다. 무안공항이 활성화 기회를 잃고 침체에 빠진다면 서남권 발전도 없다”는 김 지사의 호소로 집약된다. 여기에 지금껏 어느 정치 지도자도 광주 군·민간공항을 무안공항으로 통합·이전하는 일을 성사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차제에 반드시 지역 최대 현안을 마무리 짓겠다는 재선 도지사의 정치적 책무도 뚜렷이 읽힌다.



■‘지역발전’ 해내야 한다는 책무



군·민간공항 무안 동시 이전이란 승부수를 꺼낸 김 지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당장 여의치 않은 주변의 여건은 비관적 시선을 부추긴다. 특별법 제정이란 큰 산을 넘었음에도 군공항 이전 주체인 국방부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국방부 입장에선 광주에서 군공항을 빼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뿐더러 함평이든 무안이든 와닿지 않는다. 느긋하다. 이는 곧 강기정 광주시장의 다급함으로 연결된다. 때문에 일각에선 함평이란 패를 쥐고 흔들어 대는 강 시장의 판에 굳이 김 지사가 발을 담가 부담을 온전히 뒤집어쓰냐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김영록 답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전선과 한전공대 등에서 보여줬던 김 지사만의 ‘뚝심’이 그것이다. 기저엔 지역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한다는 절실함과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렸다. 반대 일변도의 목소리에 가려져 있던 무안 지역사회의 기류 변화는 이의 연장선이다.

김 지사는 지금 묵묵히 감내 중이다. 몇 번이나 그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선 일선 군수의 ‘무례’를 보면서도, 혀를 차며 방관하는 정치적 경쟁자들의 ‘냉소’를 보면서도 여전히 감내 중이다. 그러면서 분명 큰 그림을 그리고, 다가올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터다. 그게 김영록 지사가 보여줬고, 보여주고 있는 ‘뚝심’이다.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