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가 아동친화도시 조성을 위해 추진 중인 ‘(가칭)어린이 복합문화관’ 건립 사업이 행정절차 지연으로 인해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자체 예산 80억원을 들여 부지를 매입했으나 건축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관용차·직원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어 의도적인 행정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동구에 따르면 오는 2025년 11월 준공을 목표로 어린이 복합문화관 건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어린이 복합문화관은 어린이복합공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동구지역 초등학생 등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아동친화 공간 확충의 필요성이 제기돼 추진하게 됐다.

동구는 복합문화관 건립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22년 행정안전부의 지방소멸대응기금 공모를 신청했고, 공모에 선정됨에 따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1억원, 20억원을 확보했다.

조성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총 57억원으로, 2년이 지난 현재도 나머지 16억원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로 인해 올해 7월로 계획된 착공 시점은 최소 1년 이상 연기될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 9월 구비 80억원을 들여 매입한 동명동 부지(750평) 역시 50면 규모의 관용차·직원 주차장으로 대신 사용되고 있다.

지역 건축 전문가는 “공사 기간을 고려하면 늦어도 올해 7월에는 착공해야 2025년 완공이 가능하다”며 “현재까지 예산·건립 추진계획·설계용역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당초 계획했던 2025년 12월 개관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구는 예산이 모두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련 행정절차를 모두 중단한 상태다. 지난 3월로 계획된 설계용역·공사 발주 등을 실시하지 않아 착공 시점조차 불투명해졌다.

또한 올해 1월 ‘어린이 복합문화공간 지원 및 운영 관련 조례’를 제정해 복합문화관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구비로 충당하려 했으나, 해당 조례안을 동구의회에 제출하지도 않았다.

일각에서는 동구청 내 부족한 주차공간 때문에 복합문화관 건립 사업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해당 부지는 동구청 소속 직원들의 주차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예산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행안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안대로 시행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동구는 동명동 복합문화관 조성 부지를 평일을 제외한 주말 이틀간 공영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부지 사용에 문제는 없다고 반박했다.

동구 관계자는 “현재 예산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기금·교부세 확보, 공모사업 참여 등을 통해 부족한 예산을 채우려고 한다”며 “사업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고려해 조속히 예산을 확보하고, 아이들을 위한 꿈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동구의회 김현숙 의원은 “동구 주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은 어린이 복합문화공간이 예산 문제로 지연된 것은 너무 안타깝다”며 “담당부서는 지속적으로 예산 확보에 힘써야 하고,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건축부지를 관용차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문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