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68세의 운전자가 역주행하다 9명을 숨지게 하면서 고령 운전자의 운전 자격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광주·전남에서도 매년 3,000여건 이상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면허증 반납과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광주·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1만 3,41건이다.

연도별로는 2021년 3,394건(광주 1,039건·전남 2,355건), 2022년 3,409건(광주 1,193건·전남 2,216건), 2023년 3,538건(광주 1,153건·전남 2,385건)으로 매년 꾸준히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상황 속 전날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역주행으로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의 가해 차량 운전자 나이가 68세로 알려지면서 고령자 운전에 대한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사고를 낸 제네시스 차량 운전자 A씨는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를 역주행하다 차량 2대를 잇달아 들이받고 인도와 횡단보도에 있던 보행자들을 쳤다. 이후에도 100ｍ가량 이동하다 건너편에 있는 시청역 12번 출구 앞에서야 멈춰 섰다. 역주행한 거리는 모두 200ｍ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서 경찰에 검거된 A씨는 차량 급발진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검사 결과 A씨가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사고 원인은 A씨 주장대로 급발진이거나 운전 미숙, 부주의 등 운전자 과실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광주·전남에서도 고령 운전자의 차량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월 18일에는 동구 대인동에서 B씨(65)가 몰던 그랜저가 건물 1층 카페로 돌진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매장 내부에 있던 손님 7명이 크게 다쳤고, 이 가운데 1명은 치료 중 숨졌다. B씨는 사고 직후 급발진을 주장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차량 운행기록장치를 분석한 결과 운전자가 제동 장치를 조작한 이력은 없고, 오히려 가속 페달을 작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월 18일에는 남구 양과동 2차선 도로에서 오토바이 운전자 C씨(80)가 역주행하다 마주 오던 화물차와 충돌해 사망했고, 같은 달 17일엔 고창담양고속도로에서 관광버스 기사 D씨(81)가 사고를 수습하고 있던 경차를 발견하지 못하고 추돌해 3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처럼 고령 운전자들로 인한 교통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자발적인 면허 반납은 지지부진하면서 운전자 자격 논란이 재점화 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만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들의 운전면허 갱신 주기를 3년으로 하고, 면허를 갱신하려면 인지능력 검사와 교통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도 교통안전교육 권장 대상이다.

그럼에도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률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광주·전남 65세 이상 운전면허증 소지자와 자진 반납자 현황을 살펴보면 2021년은 전남에서만 소지자 16만 6,215명에 반납 2,299명이었으며, 2022년부터는 광주·전남 28만 3,872명(6,615명), 2023년 30만 6,874명(6,093명)으로 2%에 불과했다. 2021년도 광주 면허 반납자 수는 집계되지 않았다.

정부는 운전 능력이 저하된 고위험군 운전자를 대상으로 야간운전 금지, 고속도로 운전 금지, 속도제한 등의 조건을 걸어 면허를 허용하는 ‘조건부 면허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60세 이상을 모두 고령으로 취급해 면허를 반납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다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운전자 스스로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될 때는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