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노동 현실을 생각하면 하남공단 폐기물업체에서 발생한 김재순 노동자의 사망사건이 떠오른다.

김재순님은 지적장애가 있는 청년이었다. 당시 근무했던 공장에서 퇴사를 하고 다른 곳에 취업을 알아보려 하였으나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받아주는 회사가 없었다. 그는 힘들고 위험해서 퇴사했던 전에 다녔던 회사로 되돌아갔다.

장애인에게 일자리는 하늘의 별따기다. 어렵게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위험하거나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공공기관부터 지키지 않고 고용부담금으로 대체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은 이동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령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시간도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 고무줄같은 장애인콜택시의 사정에 따라서 일상의 삶을 맞춰야하는 중증장애인의 입장에서 정해진 시간을 맞추는 것은 어려운 현실이다.

그동안 노동현장에서 배제된 최중증 장애인을 위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에 대한 요구가 폭발하고 있다. 기존의 장애인 일자리가 물건을 생산하는 것이라면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는 무형의 장애인의 권리를 생산하는 일자리다. 기존 장애인 일자리의 패러다임을 뒤집는 새로은 개념이다.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는 장애인 인식개선 캠페인, 문화공연 등을 통해 장애인의 권리를 신장하고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올해들어 서울시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에 일하는 중증장애인 400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시장에 따라서 장애인의 일자리가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할까. 민선 8기 강기정 광주시장도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를 공약했다. 애초의 공약에는 1,000명을 하겠다고 했지만, 시장에 당선되고 나서는 100명으로 규모를 줄였다. 하지만 임기의 절반이 지난 지금도 시작을 못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시범사업으로 10명을 하겠다고 약속했을 뿐이다. 하지만 광주시청 홈페이지의 시장 공약사항 추진현황에는 ‘정상 추진’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제 광주시와 강기정 시장이 답해야 한다. 정상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예산도 확보하고, 관련 조례도 제정해야 한다.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정책이야말로 민선 8기 광주시 장애인 정책의 가늠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