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잔디’에 발목을 잡혔다. K리그1 광주FC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3차전 홈경기를 285㎞떨어진 용인에서 치르게 됐다.

6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오는 22일 오후 7시에 예정된 광주와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과 2024-2025 ACLE 리그 스테이지 3차전은 홈구장인 광주월드컵경기장이 아닌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다.

AFC가 광주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수준이라고 판단해 광주는 대체 경기장을 찾을 수 밖에 없었고 근교의 목포, 광양 등의 경기장을 물색했지만 실패했다. 이로써 ALCE 3차전 장소는 용인미르스타디움이 됐다.

홈 이점을 누리지 못하게 된 광주는 사실상 ‘원정 경기’와 같은 조건을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했다. K리그와 ACLE를 병행하는 광주 입장으로서는 큰 악재다.

지난달 17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LCE에서 잔디 상태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여실히 드러났다. 광주는 이날 요코하마 F.마리노스와의 경기에서 7-3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잔디 상태가 열악하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었다.

당시 존 허친슨 요코하마 감독대행은 “잔디에 문제가 있었다. 이 그라운드가 선수들이 경기를 즐기기에 충분한 수준인지 모르겠다. AFC가 선택한 것이지만 그 부분에 대한 책임을 따지기 보단 결과에 죄송한 마음 뿐이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앞서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은 올해 처음으로 상위 대회인 ACLE와 하위 대회인 챔피언스리그2(ACL2)로 나눠짐에 따라 대회 규모와 상금이 대폭 확대됐다. 지난 시즌까지 단일 대회로 열렸던 ACL의 우승 상금은 기존 400만 달러였으나 대회가 확대되면서 우승 상금은 지난해의 3배인 1,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이는 아시아 축구 발전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됐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축구장의 잔디 상태는 큰 문제로 지적됐고 광주 역시 홈경기가 아닌 대체 경기장을 물색할 수 밖에 없었다.

광주의 이정효 감독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홈 경기장과 훈련장의 잔디 상태에 대한 아쉬움을 공개적으로 표현해왔다. 광주 구단 역시 입찰을 통해 전문 업체를 선정해 관리를 맡긴 상태지만 잔디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광주 구단 관계자는 “3차전 경기는 용인에서 진행하지만 추후 홈 경기는 재차 AFC 실사를 거친 후에 홈에서 치를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며 “시체육회 측에서 잔디 복구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실사 일정은 아직 미확정”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축구 무대에서 국내 축구장 잔디 상태의 비난은 광주 뿐만이 아니다. 울산 HD 역시 23일 비셀 고베(일본)와 3차전을 홈인 울산문수경기장이 아닌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치른다. 울산문구경기장에서 울산을 1-0으로 꺾은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오니키 도루 감독도 “선수는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 그라운드가 선수들이 경기를 즐기기에 충분한 수준이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FC서울도 홈 경기장으로 쓰는 서울월드컵경기장도 잔디 문제로 예정된 A매치를 치르지 못하게 됐다. 한국 국가대표팀이 오는 15일 이라크와 벌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4차전 홈 경기도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아닌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대한축구협회가 지난달 23일 실사에 나선 끝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A매치를 치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