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질수록 화재 위험도 커지고 전기료가 많이 나와 걱정되네요.”

영하권의 강추위가 이어진 18일 오후 1시께 광주 동구 대인동 쪽방촌.

9.9㎡(3평) 남짓한 모텔 쪽방촌에 거주하는 180여 세대 대부분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다. 겨울 난방비 걱정에 제대로 된 난방기구를 사용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진우씨(61)도 난방기기를 사용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었다. 이씨가 거주하는 방바닥은 온기라곤 찾아볼 수 없이 차가웠고 창문에서 웃풍이 계속해 들어와 금세 온몸이 얼어붙었다.

이씨는 20년간 쪽방촌의 여름과 겨울을 경험해 영하 10도 정도의 추위는 버틸 수 있다고 말했지만, 두꺼운 바지와 패딩을 입고 두툼한 이불을 덮고 있는 상태였다.

그는 “난방비가 인상되면서 보일러를 틀어주는 곳을 찾아볼 수 없다”며 “대부분의 주민들이 전기장판과 히터를 이용해 겨울을 힘겹게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 30만원의 모텔 쪽방촌은 보일러가 설치돼있지 않았다. 그나마 계림1동 원룸 쪽방촌 주민들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바우처를 사용해 도시가스와 전기료를 충당하고 있었다.

계림동 한 쪽방촌 2층에서 거주하는 윤모씨(57)도 이날 두꺼운 외투를 껴입은 채 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윤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에서 주는 에너지바우처를 이용해 난방비를 해결하고 있다”며 “지난 3월 도보로 10분 거리에 들랑날랑커뮤니티센터가 생겨서 매일 점심은 센터를 찾아가 먹고 있다. 수급자들은 항상 돈이 부족한데, 무료급식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다행이다”고 토로했다.

들랑날랑커뮤니티센터는 대인교차로 인근에 있어 대인동·계림1동 쪽방촌 주민들이 급식을 제공받고 기타 활동도 할 수 있다. 이날 점심시간에도 무료급식을 받으려는 쪽방촌 주민 60여명으로 북적였다.

전기배씨(76)는 “지난 3월 들랑날랑커뮤니티센터가 문을 열어 너무나 반가웠다”며 “집에서 혼자 외롭게 있다가 여러 사람과 이야기도 나누고 이모님들이 해주시는 맛있는 음식도 먹으니 우울증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박효균씨(67)는 “추운 겨울에도 커뮤니티센터에서는 밥을 먹거나 세탁·목욕·건강검진·체력 운동을 할 수 있다”며 “평소 술을 마시고 안 좋은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4월부터 안정적인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골목 청소를 하는 등 생활에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주정주 들랑날랑커뮤니티센터 이사장은 “센터는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곳을 넘어, 소외된 이웃들이 다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희망의 공간이다”며 “과거 은둔형 외톨이였던 주민들이 이제는 서로 형님, 동생 하며 공동체를 이루고, 자활의 의지를 키워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대현 계림1동장은 “쪽방 주민들이 추운 겨울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협력해 지속적으로 지원을 이어가겠다”며 “앞으로도 주민들의 복지와 안전을 위해 세심히 살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