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광장>광주전남연구원 분리와 상생 통합론 이율배반성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한반도 미래연구원장


광주전남연구원이 다시 분리의 수순을 밟는 모양이다. 이런 추측은 광주전남연구원 이사회가 올해 2월 하순으로 임기가 끝나는 연구원장 후임 공모 절차를 중지하기로 결정하면서 현실화되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시장 취임 3개월 후인 지난해 10월 “광주전남연구원의 통합 운영이 맞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는 발언을 했을 때 ‘연구원의 앞날이 순탄치 않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지만, 분리론이 이렇게 빨리 현실화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김영록 전남지사와 이용섭 광주시장이 광주전남 행정통합 합의문에 서명한 것은 2020년 11월 2일이었다. 그날 합의문에서 두 사람은 “통합 논의를 위한 1단계는 광주전남연구원이 통합의 내용과 방법, 절차 등 제반 사항에 관한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것으로 하고, 연구내용에는 경제공동체 구축 등 다양한 방안들의 장·단점을 포함한다” 라고 명기했다. 양 시·도지사의 합의에 따라 광주전남연구원은 아마 지금도 광주·전남의 통합이나 상생 방안에 관한 연구를 부지런히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연구원을 분리하겠다고 한다.

통합·협력 논의 속 분리 모순

강기정 시장은 2022년 4·13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여러 차례에 걸쳐 광주와 전남, 전북을 아우르는 ‘500만 호남경제공동체 건설’을 주장했다. 또 김영록 지사와 강기정 시장은 2022년 7월 28일 만남에서 광주시와 전남도가 초광역 메가시티 설립 등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심지어 광주와 전남은 작년 말에 광주·전남이 설립한 ‘한국학 호남진흥원’을 새로 설립하려고 하는 전북의 ‘전라유학원’과 통합하는 논의까지 했다. 이렇게 광주·전남의 행정통합이나 경제통합, 혹은 전북까지를 아우르는 협력체제를 논의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시·도 상생의 상징적 기관인 광주전남연구원을 분리하겠다는 것은 너무 모순적이 아닌가?

광주전남연구원의 연구성과에 대해서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평가가 있을 것이다. 질적 성과나 양적 성과에서 실망스러운 부분도 많을 것이다. 특히 연구원이 광주·전남의 공동 관심사에 대해 제대로 된 연구 성과를 내놓지 못한 것에 실망한 사람이 많다.

그런데 필자는 광주전남연구원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된 이유 중 상당 부분은 광주시와 전남도, 그리고 해당 지역 정치인에게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 이유로는 첫째, 연구원에 대한 지원이 적었다는 점이다. 이 점은 대구경북연구원이나 충남연구원과 비교하면 금방 드러난다. 둘째, 광주·전남 지자체와 정치권이 연구원의 자율성을 존중해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광주와 전남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아예 연구를 하기 어려울 만큼 간섭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연구원이 군 공항 이전 문제, 나주열병합발전소(SRF) 해법 제시 등 지역사회의 주요 현안에 무력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지원 확대하고 간섭 최소화

물론 연구원을 분리한다고 해서 광주와 전남의 협력과 상생 노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통합연구원은 양 시·도의 협력과 상생에 대한 광주·전남의 의지를 담은 상징적 기관이다. 연구원은 1991년 통합연구원으로 설립했다가 2007년 분리를 거쳐 2015년 다시 통합했다. 시·도지사와 지역 정치권은 한번 분리한 연구원을 2015년 왜 다시 통합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와 배경에 대해 깊이있게 숙고해야 한다. 다른 지역이 행정통합을 한다니까 뒤따라서 통합을 논의하고, 다른 지역이 연구원을 분리한다니까 또 뒤따라서 분리하는 식의 ‘흉내 내기식 행정’으로는 절대로 지금의 낙후를 극복할 수 없다. 현실화되고 있는 지방 소멸, 권역 간 경쟁 심화, 인구 감소에 따른 행정통합의 필요성 등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할 때 광주전남연구원은 지금의 통합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옳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말라!” 문화예술정책의 핵심 슬로건이다. 대학정책을 말할 때도 같은 말을 많이 한다. 광주전남연구원의 발전 방안도 비슷하다고 본다. 연구원에 대해 먼저 ‘지원은 늘리고 간섭은 최소화’ 하는 노력을 해보라. 그렇게 4~5년 시행해보고, 그래도 성과가 미흡하면 그때 다시 분리 문제를 검토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