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총선 인식 구도 바꾸자
정진탄 논설위원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가 정치를 ‘쇼 비즈니스’라고 빗댄 것에 적극 공감한다. 정말 흥미 있고 보여주기를 잘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자못 크다. 내년 총선 쇼 비즈니스 열기가 하루 1%씩 올라가면 선거 전 임계점에 다다라 폭발할 것이다. 이렇게 폭발하는 표심 향방을 미리 가늠해보기란 결코 쉽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광주와 전남에서도 12일 예비후보등록 시작을 앞두고 출마선언이 잇따르며 불이 붙었다. 특히 이번 총선 정국에선 제3지대 혁신신당이 탄생해 유의미한 레이스를 펼칠 수 있을지 핵심 관전 포인트다. 정확한 민심이야 투표함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거고, 먼저 들리는 유권자의 목소리는 여러 갈래로 지금으로선 콕 집어 말하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일당 지배’ 유권자 반감

그럼에도 한 가지만 거론해보면, 평생 민주당 골수 지지자인 한 노파의 일침이 귓전을 때린다. “언제까지 민주당에만 표를 몰아줘야 되나. 국민의힘이나 다른 당에도 표를 좀 줘야지. 그래야 민주당이 긴장해서 일을 잘 할 것이다. 이젠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여태 다른 당을 찍어본 적이 없이 민주당과 그 소속 후보를 밀어줬지만 변한 게 별로 없다는 한탄이었다. 이런 표심은 선거 때마다 없었던 건 아니지만 영향력이 미미했다.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 때 드러난 이 지역 유권자 무관심은 굉장히 놀라운 것이었고 일당 지배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해 내년 총선에서 새 기운으로 이어갈지 주목된다.

벌써 여의도 정치 판짜기와 관련해 관전법 및 감상법, 예측불허의 변수 관측이 교차한다. 그 중심엔 ‘윤석열 대 이재명’의 대선 연장전이란 인식이 강하게 자리하고, 또 현 정부의 중간평가란 해석이 다분하다. 이것은 특별하다랄 것 없이 지금까지의 총선 접근법이며 일반적인 인식론이다.

이런 바탕, 기조에서 지역 유권자들은 지역발전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 동량을 뽑아야 한다는 인식을 제쳐두고 선거 직전 중대결단, 구국의 결단을 내리는 듯 특정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방향으로 급선회해왔다. 그때까지 있었던 각종 후보 선택 기준은 어디론가 사라지며 단순 명쾌하게 선거를 임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그런 유권자가 많이 있고 지역 분위기가 이어져왔다는데 인식을 같이할 것으로 본다. 이런 패턴이 청년 자식들에게까지 대물림이 되지 않을까 할 정도다.

워낙 정국의 어지러움, 난세를 살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내편을 찾아 지지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존방식 차원이라 비판만 할 수 없다. 그런데 흥미 있는 것은 선거가 끝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뽑아놓은 정치인에 대해선 무관심하거나, 하는 일이 별로 없으니 바꿔보자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 뭉뚱그려 역대 선거 전후를 보면 그런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이런 인식과 투표 행위도 언젠가는 그 힘을 잃게 돼 있다. 티핑포인트에 다다라 질적 전환의 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질릴 대로 질린 여의도 내편정치, 진영정치가 망국병으로 이어지며 그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고 본다. 이런 정당 체제는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지금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양심 불량이다. 어떤 비리 의혹, 막말이 나와도 내편이면 오케이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정치란 원래 속이 시커먼 사람이 한다고 말하고 싶은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춘추전국시대, 후흑학에나 통하는 얘기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현대사회에선 어울리는 말이 아니다.

양심이 없고 대의를 잃은 여의도 정치에 대한 시각을 이제는 좀 접어두고 실용으로 가보자. 투표 기준, 후보 선택의 기준을 중앙 구도에 함몰되기보다 지방과 인물 구도로 치환해보자. 먼저 광주와 전남을 귀하게 여기고 일해 줄 인물을 뽑는 전략적 선택을 해보자. 물론 지역발전이라는 것도 국가발전에 힘입는 바 크기 때문에 중앙당을 보고 투표를 안 할 수 없다고 하나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 내부로 눈을 더 돌려 표를 행사해보자는 것이다. 뽑은 후에는 그들의 지역발전 행보를 감시하자.

만일 이런 기류가 형성된다면 제3지대 혁신신당이 운신의 폭을 크게 가져갈 수 있다. 기존 양극화 정당에 기겁하는 유권자를 위한 당이 부상하고 선택을 받는다면 새로운 정치의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미래사회 중심 도시국가

내년 4월 22대 총선은 반드시 변해야 하고, 최소한 그런 징후를 보여줘야 한다. 지역에서, 먼저 광주와 호남에서 그 변화의 싹을 보여줘야 한다. 미래 시대는 국가, 중앙정부를 축으로 움직이기보다 지방정부 체제이고, 도시국가가 중심이 될 것이다. 한국사회는 유구한 역사 속에서 중앙집권적 전통사회로 점철돼 왔으나 미래에는 그 판이 깨질 것이라고 본다. 대도시가 하나의 큰 공동체를 이루며 시민의 삶을 관할하는 체제로 갈 것이다. 회자되는 메가시티구축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 시대적 분기점이 선거이고, 내년 총선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지칠 만큼 지친 여의도 정치, 지역발전 냉대 정치에 타격을 줘야 한다. 양심 없는 세력에 대한 종언을 고하는 시그널을 광주, 호남이 줘야 한다. 미래 광주정신은 그렇게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