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하다가 문득 통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통증은 실제 또는 잠재적인 신체 손상과 관련된 불쾌한 감각이나 감정적 경험을 의미하는 것으로, 조직의 손상이나 신경에 발생한 병, 그리고 현대의학으로 밝혀낼 수 없는 병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통증 자체는 대부분 증상일 뿐 그 자체가 질병이 아니며, 대개 통증의 부위나 강도, 발생 시각이나 시간에 따른 변화, 그리고 유발 요인과 악화 요인 등을 고려하여 통증의 원인이 되는 질병을 진단하게 되는데, 이때 환자가 말하지 않으면 파악하기가 어렵다.

통증의 치료는 원인 질병의 완치 혹은 호전을 유도함으로써 이루어지는데, 원인 질병의 치료가 어려울 경우, 통증의 관리와 조절을 치료 목표로 삼기도 한다. 그런데 통증 치료가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라는 생각에 처방받은 진통제 복용을 자의로 중단한다거나 혹은 원인과 무관하게 진통제만 찾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통증을 유발하는 자세나 행동을 피하는 것이 통증을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증을 이전과 다르게 몸을 돌보아야 한다는 일종의 구조요청 신호(SOS)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증이 부재하다면 우리의 몸이 어떻게 될까에 대해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마음이 힘들 때는 어떨까? 우울이나 불안을 비롯해서 공황발작이나 분노표출 등 다양한 심리행동적 증상들은 우리의 마음이 아프다는, 즉 일종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SOS이자, 심리적인 통증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또한, 심리적 통증도 신체적 통증과 마찬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원인이 되는 질병, 즉 마음이 아픈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진단하고, 진단에 부합하는 치료방법을 선택하거나 원인이 불명확할 경우, 통증을 조절하고 관리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우리의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스스로가 알 수 있어야 하며, 이를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뇌과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관계에서 오는 괴로움은 신체적 고통과 마찬가지로 정말로 아픈 것이라는 점이 입증되었다. 우리 몸에 고통이 가해지면 뇌는 이를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해석해서 특정 뇌영역(배전측 대상피질과 전측 섬엽)이 관여하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마음이 아프다고 해석할 때도 같은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거절을 당하거나 비난받을 때,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할 때, 사랑하는 이들과의 상실을 경험할 때에도 이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즉, 우리의 뇌는 몸이 아플 때나 마음이 아플 때나, 이를 같은 뇌 영역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타이레놀과 같은 진통제를 복용할 경우 이별의 고통이나 왕따로 인한 마음의 괴로움이 한층 완화된다는 사실 또한 밝혀진 바 있다.

이러한 결과들은 우리의 몸이 적정 영양분을 제때 공급받고, 원활하게 배출하며, 휴식을 취할 때 제대로 기능할 수 있으며, 신체적 손상이 발생할 때는 통증을 통해 이를 알아차리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그러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일상에서 표현하고 충족시키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일과 관계 모두에서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어야 하는 존재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모습으로 살아오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렇지 못할 것으로 생각할 때, 우리의 마음은 병들기 시작한다. 이때 우리의 뇌는 이를 일종의 생존 문제로 해석하고, 아프다고 해석하게 된다. 대인관계에서 배척이나 중요한 타인의 배신과 같은 경험은 심리적 생존에 대한 강력한 위협이 되는 것이다. 이때 우리의 마음은 심리적 통증이라는 일종의 구조신호를 발생시켜, 우리가 마음의 병을 알아차리고, 변화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산과 들에 신록이 일기 시작하는 초여름, 논밭에 해충도 많아지고 잡초도 무성히 자라기 시작하는 절기 근방에 와 있다. 혹시 쉽사리 잠들지 못하는 불면의 일상이 지속된다거나 알 수 없는 무기력감, 대인관계로 인해 정신적 피로감이 누적되고 어느 것에도 집중할 수 없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면, 이는 심리적 통증의 시작점일 수도 있다. 우리 마음에 잡초가 자라나지 않도록 잡초를 제거하는 방법에 열중하기 보다는 곡식을 심고 가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