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웨딩의거리 일대 보행로를 확장하는 사업과 관련해 관할 지자체가 인근 상인들의 의견 수렴없이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걷고 싶은 길’을 조성함으로써 지역 상권 활성화를 이끈다는 취지이지만, 기존 4차선에서 2차선으로 줄어들 경우 극심한 교통체증은 물론 상권 접근성이 떨어져 오히려 상권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23일 동구에 따르면 구는 올해 2월부터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천 서석교 사이 458m 구간의 보도를 확장하는 ‘서석로 보도 확장 사업’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총사업비 10억원이 소요되는 이 사업은 왕복 4차선인 해당 도로를 2차선으로 줄이고, 보도 구간을 확장해 자전거와 보행자 중심 도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2월 실시한 연구용역은 동구가 자체 조사한 교통량을 토대로 차로 축소시 발생하는 교통 환경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중단된 상태다.

동구가 지난 3월 한 달간 실시한 교통량 조사 결과 해당 구간의 차량 통행량은 평일 하루 평균 1,000여대였으며, 보행자 수는 1시간당 40여명이었다. 주말에는 평균 1,200여대의 차량이 통행했으며, 보행자는 80여명으로 평일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동구는 해당 자료를 토대로 전문가 자문을 받은 후 주민 의견을 청취하고 내년부터 공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문제는 도로를 축소하면서 노상 주차장이 폐지돼 주차난이 심화되고, 교통체증으로 인해 주변 상권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이 구간에는 노상주차장 27면이 있지만, 무인 정산기는 잦은 오류로 지난 2022년 12월 이후로 운영 중지된 상태다.

오랜 기간 무인 정산기가 먹통이 되면서 동구는 노상 주차장 폐지를 검토했지만, 인근 상인들의 반발에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역 상권 사이에선 도로 축소 사업이 교통체증과 주차난을 야기시킬 수 있는데도, 사업을 추진하기 전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은 없었다며 볼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주한 황금번영회 회장은 “인근의 유료주차장들은 주말 예식을 앞두고 몰려드는 차량을 모두 수용할 수 없는데 도로까지 축소된다면 심각한 주차난과 교통체증이 매주 일어날 것이다”며 “상인들의 의견 반영은커녕 우려되는 문제에 해결책도 논의되지 않아 조만간 상인들과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고 지적했다.

웨딩의거리에서 드레스 가게를 운영하는 서모씨(38)는 “지금도 가게 인근에 주차하지 못한 예비 신랑·신부들이 ‘주차한 지점까지 가는 도중 메이크업과 옷맵시가 망가졌다’고 불만을 드러낸다”며 “차선 축소는 한복·예복·메이크업 등 웨딩산업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동구 관계자는 “보행자 중심의 안전하고 쾌적한 도로 환경 조성을 위해선 보도 확장 사업이 꼭 필요하다”며 “상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교통체증 개선 방안 등을 마련해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