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비? 기대도 안해요. 개인 연차 사용해서 가는 여름휴가 눈치라도 안줬으면….”

광주시 북구 첨단산단의 한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3년차 직장인 정 모씨(28)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이와 같이 토로했다.

그의 직장은 사업주가 정해준 기간에 단체 휴가에 돌입하는데 계획했던 일정과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정 씨는 “공장을 멈추고 돌아오면 밀린 일감을 처리해야 해 8월까지 연차 사용은 꿈도 못꾼다”며 “휴가비는 바라지도 않고 개인 연차를 사용해서 가는 휴가, 1~2일이라도 내가 원하는 날짜에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심화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만큼 광주지역 기업들의‘휴가철 격차’도 갈수록 크게 벌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24일 광주 경제계 등에 따르면 지역 제조 대기업인 기아·금호타이어·삼성전자는 내주부터 순차적으로 여름 휴가에 돌입한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모든 생산라인을 멈추고 전직원이 하계 휴가에 들어간다. 휴가 전·후 주말과 휴일을 더하면 최장 9일간의 휴무가 주어진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은 8월 12일부터 16일까지 5일간 집단휴가를 진행한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에어컨 제조파트를 포함해 백색가전 전체 생산라인을 멈추고 하계휴가를 진행할 방침이다.

금호타이어는 노사간 단체협상 규정에 따라 예년과 동일하게 8월 1일부터 5일 간 집단 하계휴가를 실시한다. 휴가기간이 주말·휴일과 겹치면서 올해는 오롯이 닷새 휴가만 즐길 수 있게 됐다.

기아·금호타이어는 휴가비가 지원되고 여름 휴가로 결근하더라도 개인 연차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여름휴가 계획 조사’에 따르면 다가오는 여름 휴가 계획이 있는 중소기업 비율은 92.8%로 나타났다.

방식에서는 △개인 연차휴가 활용(76.5%) 응답이 △별도의 연차휴가 부여(23.5%) 대비 3배 이상 많았다.

응답 기업 3곳 중 2곳(62.3%)은 임직원에게 별도의 휴가비(지원금) 지급 계획이 없었다. 지급 계획이 있는 기업의 별도 휴가비 평균은 56만3,000원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에서도 규모에 따라 큰 격차를 나타냈다. 5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 하계휴가 실시기업의 휴가 일수는 평균 3.7일로 집계됐다.

규모별로 보면, 300인 이상 기업은 ‘5일 이상’이 64.3%, 300인 미만 기업은 ‘3일’이라는 응답이 44.7%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하계휴가 실시기업의 59.8%는 올해 하계휴가비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응답해, 전년(61.0%)에 비해 소폭 감소(-1.2%p)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별로는 하계휴가비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300인 이상 기업(69.0%)이 300인 미만 기업(58.6%)보다 10.4%p 높았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근로자의 지난해 연평균 근로시간은 1,872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130시간 이상 길고 6번째로 근로시간이 많은 상황”이라며 “휴가는 장시간 근로에 지친 심신의 재충전과 생산성 회복을 위한 귀중한 시간인 만큼 ‘업무의 단절’이라는 근시안적 인식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국내 여행을 통한 관광산업의 활성화 및 내수경기의 진작효과 등을 고려할 때 중소기업의 휴가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방안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