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와 5·18 기념재단 등이 추진하고 있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업 기본법 제정이 일부 극우세력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역사 왜곡·폄훼 등 문제를 해결할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법안은 5·18 기념사업 관련 시행 주체를 ‘국가’로 규정하는 것으로, 5·18 정신을 헌법적 가치로 승화시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 이념 논쟁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광주시는 13일 오후 4시 시의회 5층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업 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선 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았고, 김남진 전남대 5·18연구소 전임연구원이 발제를 맡아 ‘5·18민주화운동기념사업기본법 제정(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연구원은 “5·18 관련 법률에서 정부가 5·18 정신을 계승하는 기념사업의 주체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기념사업의 종합계획, 시행계획 등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법률에서 규정해야 할 사항을 시행령이나 조례로 대체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5·18 정신 계승을 위한 기념사업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법률은 1995년 제정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5조 규정이다”며 “다만 이 규정은 ‘정부는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계승하는 기념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고, 구체적인 실시 내용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광주시는 지난해 5월 1일 ‘5·18민주화운동 정신계승 기본조례’를 제정해 기념사업에 필요한 구체적인 내용을 규율하고 있다”며 “그러나 법률에 규정해야 할 사항까지 조례에 규정하고 있어서 체계적 정합성 차원에서 독립적인 법률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연구원은 △기념사업 시행주체 국가 규정 △국립트라우마센터 예산 전액 국가 부담 △유·무형의 기념사업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익법인 위탁 △5·18사적지 보존·관리 주체 국가 명시 △옛 전남도청 사적지 독립시설 전환 등 기본법에서 규정할 사항을 설명하며 법 제정의 기본 방향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법률 제정의 기본 방향은 5·18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키는데 기여한 역사적 사실을 확고히 해 헌법적 가치로 승화되도록 해야 한다”며 “나눔과 연대의 대동정신인 5·18 정신과 역사를 세계적인 유산으로 보전·계승하며 이를 국제사회에서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선 정다은 광주시의회 의회운영위원장과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강행옥 변호사, 김순 오월정신지키기범시도민대책위원회 공동실행위원장이 참여했다.

강행옥 변호사는 “아직도 독버섯처럼 5·18을 공산 폭동으로 왜곡하는 세력들이 끊임없이 준동을 거듭하고 있다”며 “기본법 제정은 유공자들에 대한 명예훼손 등 갖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꼭 필요한 교두보가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본법이 제정된다면 그 누구도 5·18 위상을 흔들 수 없는 확고한 자리매김이 이뤄질 것이다”며 “중요한 것은 광주시민이 법률 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널리 퍼뜨려 전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법 제정안 취지 등에 적극 동의한다고 밝힌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의 대정부 권고안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박 상임이사는 “행안부만 해당 권고안에 대해 소극적으로 보고했을 뿐, 국방부와 법무부, 국가보훈부의 경우 업무 담당자가 지정되지 않았다”며 “행안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은 조사위의 권고사항을 관리하는 것이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조사위는 지난해 6월 5·18 관련 대정부 권고안을 대통령실, 행정안전부, 국방부, 법무부 등에 제시했다. 5·18 진상규명 특별법에 따라 국가는 권고사항의 구체적인 이행계획 또는 조치 결과를 6개월 이내에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날 5·18 기념사업 기본법과 관련해 이미 유사한 법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독자적인 기본법 제정이 자칫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다은 광주시의회 운영위원장은 “5·18 기념사업에 중첩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법률이 존재하는 이상 규정이 충돌하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며 “충돌 가능한 규정들을 정비해 법률 간에 체계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고 말했다.

김순 오월정신지키기범시도민대책위원회 공동실행위원장은 “무엇을 기념해야 하는지에 합의없이 진행되는 기본법 제정은 자칫 모래 위에 쌓아 올리는 성이 될 것이다”며 “법률 제정(안)에서의 5·18 정신 등 용어의 정의가 무엇보다도 먼저 검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광주시는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TF 구성, 국회 토론회 등을 거쳐 다음 달 국회에 법 제정안 발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