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부디 온전한 몸으로 하늘나라에서 편안하시길…”

1229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46일 만인 13일 광주 북구 영락공원 화장장인 승화원 앞에서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편(시신 조각) 합동 장례식이 거행됐다.

이제 정말 마지막 작별의 시간이었다. 유족들의 표정은 그날의 참사 당시를 기억하는 듯 굳어있었고, 일부 유족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변 지인의 부축을 받아 승화원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합동장례식의 분위기는 엄숙했다.

이날 희생자 110분의 시편이 화장돼 영면에 들었다. 경찰과 소방은 지난해 12월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경찰과 소방이 사고현장 반경 250m 인근에서 시편을 수습한 뒤 무안공항내 희생자 유해 임시안치소에 안치해왔다.

장례식이 거행되기 전 무안에서 출발한 과학수사대 경찰차량을 선두로 희생자의 유해가 담긴 운구차량 3대와 유가족이 탑승한 버스가 승화원으로 들어서자 유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희생자들의 마지막 가는 길에는 남은 가족과 친지 등 100여명이 참석해 함께 했다.

운구차량을 확인한 유족들은 그날의 참사를 떠올리며 괴로워했고, 희생자의 관이 화장장으로 향하던 순간엔 오열하고 또 오열했다. 화장 의식이 끝나는 순간까지 참사 직후부터 매일 두 차례 고인들의 넋을 기리는 법회를 진행한 진원 불일스님의 목탁 소리와 불경 ?는 소리가 희생자들의 평화로운 영면을 기원했다.

유족들은 희생자들의 시편이 화장되던 순간 “우리아들 이렇게 못 보낸다” “하늘에서는 건강하게 지내고 꼭 만나자” 등의 인사를 전했다.

장례에 참석한 한 유족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게 돼 너무나 슬프다”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참사로 아버지를 잃은 광주지역 유가족 김모씨(35)는 “아버지와 평소에 친근하게 지내면서 살았다. 여행 다녀오시고 소주 한잔 하면서 여행이야기를 들려주신다고 이야기 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다. 합동장례를 끝으로 이제 아버지와 작별이라고 생각하니 생전에 잘 할걸 후회가 된다”며 깊은 회한을 감추지 못했다.

이혁 장례위원장은 “이날 합동장례식을 끝으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179명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며 “참사 유가족협의회 사무실은 오는 7월까지 무안국제공항과 광주사무소를 같이 운영하며 유가족의 슬픔을 나누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진원 불일스님은 “갑작스러운 참사로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유족분들의 애타는 마음을 이루 헤아리기 어렵다”며 “참사 현장에서 47일 동안 유가족들과 함께하면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참사 원인에 대한 명확한 진상 규명이 조속히 이뤄져 이번 참사에 대한 유가족과 국민들의 의혹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는 15일 오전 10시께 무안국제공항 내 합동분향소에서는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의 49재 합동위령제가 엄수될 예정이다.

49재 합동위령제에는 유가족, 국회의원, 정부·지자체장, 시도의회 의원 등 300여 명이 참석한다. 49재는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국토교통부가 준비했다. 헌화·분향에 이어 추모사, 종교별 49재 합동위령제 등으로 구성된 위령제와 식후 행사로 유가족들이 참여하는 씻김굿이 진행될 예정이다.

49재 합동위령제 이후 같은 날 오후 1시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 천막 법당에선 (사)한국불교약사회가 주관하는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49재 범국민 합동위령제가 이어진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