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과 중앙아시아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다. 이에 광산구가 고려인의 정착지이자 제2의 고향이었던 카자흐스탄과 역사관광 활성화를 위한 협력 토대 마련에 나섰다. 대한민국 유일하게 고려인 집성촌 고려인마을이 있다는 특성을 살려 중앙아시아 역사테마 관광마을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광산구는 이돈국 부구청장, 김태완 광산구의회 의장, 공병철 광산구의회 경제복지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우호 문화교류단을 꾸려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카자흐스탄 알마티, 우슈토베 등을 찾아 중앙아시아 역사테마 관광마을 조성을 위한 다양한 우호·문화 교류 활동을 진행했다.

교류단은 고려인들의 정착지를 찾아 역사의 시간을 공감했고 이 정착지가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유물 교류나 역사 고증 관련 논의를 통해 중앙아시아 역사테마 관광마을 조성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한-중앙아시아 수교 30주년 기념 국제세미나와 호남대가 준비한 기념공연 ‘나는 고려인이다’는 객석의 심금을 울렸다.

고려인 강제 이주 초기 정착지를 찾은 교류단이 당시 고려인들의 생명수였던 샘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교류단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고려인 최초 정착지인 카자흐스탄 제티수주 카라탈군이다.

카라탈군은 고려인, 러시아인, 우크라이나인, 벨로루시인, 독일인, 체첸인 등 32개 민족이 거주하는 다민족·다문화 도시다. 1937년 강제이주 당한 약 10만명의 고려인들이 정착한 지역으로 카라탈군은 당시 초기 고려인에게 먹을 것과 집을 제공했다. 현재도 고려인 약 3,900명(9%)이 거주하고 있다.

광산구는 1일 카자흐스탄 제티수주 카라탈군과 우호교류 협약을 체결, 고려인들이 반사막을 농경지로 바꾸고 벼농사 북방 한계선을 끌어올린 현장인 바슈토베 언덕과 고려인 초기 정착 기념지인 ‘한·카 우호공원’ 정비 사업 및 세계자연문화유산 등재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 유일 고려인 집성촌인 광산구 고려인마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교류단은 한-중앙아시아 수교 30주년 기념 국제세미나 개최를 위해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호남대와 카라탈 출신 고려인 학생 2명을 특별장학생으로 선발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광산구는 1일 카자흐스탄 제티수주 카라탈군 회의실에서 카라탈군과 우호 문화교류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이후 교류단은 고려인 강제이주 초기 정착지를 찾아 한·카 우호공원과 추모의 벽, 우슈토베역을 탐방했다. 한·카 우호공원은 강제이주된 고려인들의 처음 정착지인 우슈토베역에서 7㎞ 떨어진 초기 임시 거주지로 1937년 10월 9일부터 1938년 4월10일까지 토굴을 짓고 살았던 흔적이 남아있다. 고려인 1세대의 공동묘역(200여기)도 조성돼 있다.

공원에 당시 고려인들의 식수였던 샘터 수맥이 남아있다는 것도 신비롭다. 아직까지 물이 흐르고 있는 샘터는 당시 고려인들이 반사막을 농경지로 바꾸고 벼농사 북방 한계선을 끌어올린 기적의 현장임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광산구는 1일 카자흐스탄 제티수주 카라탈군 회의실에서 카라탈군과 우호 문화교류 협약을 체결했다.

한·카 우호공원은 2018년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와 한국 통일문화연구원, 중앙대의료원 교육협력 현대병원 3자간 업무협약을 통해 조성이 시작됐으며 기념광장이 조성되고 고려인 추모비, 한·카 우호기념비가 건립됐다. 올해 8월에는 홍범도 등 고려인 독립운동가 15인의 이름을 새긴 추모의 벽이 제막됐다.

교류단은 2일 카자흐스탄 미술계의 거물이자 고려인 3세 화가인 문 빅토르 화백의 작품 수증의 성과를 얻었다. 카자흐스탄 6대 미술 거장으로 알려진 문 화백은 고려인을 돌봐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광산구에 ‘형상’이라는 제목의 추상화를 기증하기로 했다. 이 작품은 공식 기증절차를 거쳐 조만간 국내로 들여올 예정이다. 문 화백은 앞서 월곡고려인문화관 개관 1주년을 기념해 사단법인 고려인마을에 홍범도 장군을 그린 작품을 기증한 바 있다.

광산구는 문 화백의 예술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번 기증 작품이 광산구의 문화적 중요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려인 1세대들의 공동묘역

3일에는 고려인마을극단 ‘1937’의 뮤지컬 ‘나는 고려인이다’가 알마티 한국교육원 무대에 올랐다. ‘세계고려인단체총연합(이하 총연합)’ 결성 취지를 알리기 위해 사단법인 고려인마을 주관으로 열린 첫 순회공연으로, 현지 고려인 동포들에 큰 감동을 선사했다.

광산구는 총연합 결성을 제안한 고려인마을이 앞으로도 중심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 국내·외 고려인동포의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다.

귀국을 앞둔 4일에는 월곡고려인문화관과 카자흐스탄 공익재단 ‘디아스포라 유산’이 의미 있는 협약을 체결했다. 디아스포라 유산은 카자흐스탄 고려인 3세 김낼리 선생(79)이 설립한 단체로, 고려인의 문화와 역사를 기록하고 전승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광산구는 이번 협약을 통해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지역 고려인동포들이 가지고 있는 자료와 유물을 기증받을 계획이다. 이로 인해 월곡고려인문화관은 더욱 풍부한 콘텐츠를 보유한 역사창고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광산구의회도 문화관의 확장, 주차장·화장실 등 기반 시설 확충을 지원키로 했다.

교류단 공동 단장인 김태완 의장은 “중앙아시아 고려인사회 리더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광산구 고려인마을이 대한민국 최고의 역사관광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의회 차원에서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이번 카자흐스탄 교류 방문을 통해 고려인마을을 중앙아시아 역사테마 관광의 중심으로 세우기 위한 협력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며 “고려인마을 활성화, 국제 네트워크 결성 지원, 산업·역사 교류 등 동반 성장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