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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세평>한 부모 청소년, 괜찮아 그래도 엄마니까

2022. 12.05. 16:42:52

<화요세평>한 부모 청소년, 괜찮아 그래도 엄마니까
황수주 광주북구청소년상담복지·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유빈. 중학교 때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아빠와 같이 살게 됐다. 아빠와 자주 다투며 집을 나와 중학교 3학년 겨울에 끔찍한 성폭력을 당했다. 이 사건으로 유빈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고, 여성쉼터를 찾아 타 지역으로 갔지만 마음은 쉽게 안정이 되지 않았다. 갑자기 전학을 간 학교에서는 적응을 잘 하지 못해 결국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 밖에서의 방황은 계속됐고, 20살이 되자 아웃소싱 업체에서 일을 시작했다.

갓 스물. 큰 돈을 벌고 싶었다. 어릴 적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갖고 싶었던 것도, 먹고 싶었던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자라서 그런지 돈에 욕심이 컸다.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일도 잘 적응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아도 매달 통장에 찍히는 월급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동안 생리를 하지 않게 됐다. 불안한 마음에 임신테스트를 했는데 진한 두 줄이 나왔다. 모아 놓은 돈도 없고, 출산과 양육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가출·이혼 이후 양육 등 고통

막막한 순간, 변기에 앉아 남자친구에게 연락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남자친구도 많이 당황했지만, “어떡하긴 어떡해 키워야지!” 라고 말해줬다. 남자친구와 함께 산부인과를 갔다. 생전 처음 찾아가게 된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은 임신 12주 정도 추정된다며 낙태를 할 거냐 물었다. 이제 20살인데…. 유빈은 뱃속의 생명을 포기하지 않고 출산을 준비했다. 남자친구와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했고 부부가 됐다. 임신 6개월, 임산부라는 이유로 직장을 잃게 됐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결국 시댁으로 갔다.

시부모님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아침 일찍부터 아침도 차리고, 빨래며 청소며 집안일도 하고 힘든 농사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시아버지는 예뻐해주셨지만 시어머니의 냉대와 학대는 심해졌고, 이혼이란 단어를 되뇌이다 출산을 했다. 손주를 보고도 시어머니의 냉대는 계속됐다. 거기다 남편의 잦은 폭력과 외도, 핏덩어리한테까지 폭력을 일삼는 행동을 보면서 이혼을 결심했다. 자식에게 절대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이혼가정의 멍에, 양육권을 갖기 위해 협의이혼을 했다. 3개월의 숙려기간이 지난 후, 한 부모 청소년이 됐다.

홀로서기를 위해 수급자도 신청하고, 집안일과 육아, 경제활동도 혼자서 다 해내야 했다. 그러던 중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양육지원도 받고, 검정고시 준비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와 인연을 맺었다. 센터에서는 아이 양육 때문에 센터에 오기 힘든 유빈을 위해 온라인 강의와 검정고시 교재를 지원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집으로 급식키트도 보내줬고, 외부기관의 후원을 받아 쌀도 지원해줬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면서 센터에서는 지역자활센터에 연계해 자활사업에 참여하면서 안정적인 경제활동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퇴근 후 아이를 챙겨주고 저녁엔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30분, 1시간이 소중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검정고시 시험장에 갔는데 이른 아침부터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선생님들이 응원해주고 맛있는 도시락도 지원해줬다.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일과 육아를 하면서 공부를 하다보니 합격하지 못할 것 같았다. 학교생활을 중단한 지 몇 년이 훌쩍 지난 뒤라 예전에는 알았던 내용들도 가물가물했고 시험 때도 모르는 문제도 많은 것 같아 자신이 없었다. 그렇지만 감사하게도 고졸 검정고시를 한 번에 합격했다.

다른 사람에 도움 주는 삶 꿈꿔

올해 스물넷 유빈, 아이는 네 살이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유빈은 사회복지사를 꿈꾼다. 24년을 살면서 자신이 힘들었을 때마다 도움을 많이 받아왔지만 정작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한 부모 청소년으로서 세상에 홀로서기를 했을 때, 자신이 받았던 많은 도움들을 생각해보면서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단다. 특히 많은 도움을 받았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내년에는 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는 학과로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오랫동안 지쳤던 삶에 봄날이 찾아온 것처럼 요즘은 행복함과 감사함을 느끼며 살고 있다는 유빈. 유빈이는 다짐한다. “물론 앞으로 더 많은 시련이 나에게 찾아올 지도 모르겠지만 괜찮아, 그래도 엄마니까! 내 아이가 한 살 한 살 먹어가서 성장할 때마다 나 또한 내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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